[만화로 보는 세상] 순정만화의 고전 ‘유리가면’

 고전이란 무엇일까? 포털 사이트의 백과사전에 의하면 ‘고전[古典, classic]’이란 예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시대를 초월하여 높이 평가되는 문학 예술작품이라고 요약된다. 대부분의 문화들이 특정세대와 함께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전성기를 맞이했다가 그 세대가 바뀌면서 점점 추억의 상품이 되는 것과는 다르게 모든 시대를 초월하여 인정받는 작품이 ‘고전’일 것이다.

순정만화에도 그러한 작품이 있으니, 바로 ‘유리가면(미우치 스즈에 作)’이다. 1976년에 첫 연재를 시작했으니, 벌써 30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수많은 순정만화 애호가들 사이에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는 작품이다.

유리가면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자신이 지닌 천재적인 재능을 통해 모든 역경을 이겨 내가는 소녀 기타지마 마야와 부유한 환경 속에서 자라나지만 노력을 통해 자신의 재능적 한계를 뛰어넘는 히메가와 아유미가 ‘연극’이라는 무대를 둘러싸고 끊임없이 대결하면서 서로 성장해가는 스토리다. 두 주인공들은 궁극적으로는 전설의 연극 ‘홍천녀’의 주인공을 맡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지며 연기를 한다. 결국 홍천녀의 주인공이 과연 누가 될 것인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는 아직도 진행중인 유리가면의 테마라 하겠다.

상반된 두 캐릭터들의 끊임없는 대결이라는 진부한 구조를 지니고도 몇 십년의 세월동안 한결같이 그 생명력을 이어가는 유리가면의 진정한 매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매 에피소드마다 넘치는 ‘극중극’의 힘이다. ‘한여름 밤의 꿈’, ‘헬렌켈러’, ‘왕자와 거지’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수많은 연극들이 두 주인공들의 불꽃 튀는 대결 속에 펼쳐지는데, 비록 책장에 갇힌 캐릭터들이지만 내 앞에서 연기를 하는 듯 빠져들게 하는 연출의 힘은 언제 봐도 월등하다.

웹툰 작가 루나(www.lunapark.co.kr)는 유리가면의 배경이 여전히 70년대라고 생각하고 보다가 최근작에서 핸드폰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화들짝 놀랐다고 하는데, 그만큼 유리가면의 작화는 고풍스럽다. 아무리 복고풍이 대세라고 하지만 지난 30여년동안 변하지 않는 그림과 패션, 연출을 보여주는 작가의 끈질긴 고집이 결국 이 작품을 고전의 길로 이끌었나 싶다.

아직 완결되지 않은채 작가의 개인적 사정에 의해 연재중단과 연재재개를 반복하며 신간이 나오고 있는 작품이지만, 요근래 ‘신장판’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재출간되고 있다. 그동안 문고판의 예전버전은 너무 답답해서 읽기 힘들었거나, 혹은 애장판은 너무 두껍고 무거워서 읽기 어려웠던 팬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다시 읽고, 또 읽고, 한 번 더 읽어도 지치지 않는 고전의 힘. 그것을 느끼고 싶다면 유리가면을 권하는 바이다.

백수진 한국만화영상산업진흥원 만화규장각 콘텐츠 기획담당 bride100@parn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