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美 TV 암전현상 `5회`…10년 래 `최고`

올해 미국에서 시청자가 특정 TV 프로그램을 볼 수 없는 암전(blackouts) 현상이 `5회`나 빚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0년 이래로 10년만에 가장 많았고, 올해 안에 한두 차례 더 발생할 수도 있을 전망이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미국 내 1900만여 유료 케이블 · 위성 TV 가입자가 아카데미 영화상(오스카) 시상식과 프로 농구단 뉴욕 닉스 경기를 실시간으로 보지 못했다. 디시네트워크, 케이블비전시스템스, AT&T 등이 프로그램 중계 가격을 두고 실랑이를 벌이느라 소비자 시청권까지 제한(암전)한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케이블비전시스템스와 디시네트워크는 최근 뉴스콥의 폭스 TV 프로그램 제공가격을 두고 협상중인데, 합의하지 못할 경우 `글리`와 `아메리칸 아이돌`과 같은 인기 프로그램에 다시 암전현상이 일어날 전망이다. 인기 프로그램 암전조치를 이용해 유료 TV 사업자를 압박하는 폭스의 전술로 풀이됐다. 케이블비전시스템스는 이달 15일까지. 디시네트워크는 11월 1일까지 폭스와 새로 프로그램 공급 계약을 맺어야 하는 처지다.

높은 실업률과 얇아진 월급 때문에 미 소비자는 유료 TV 시청료 인상에 매우 민감하다. 상대적으로 값싼 인터넷 동영상 · 영화 대여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기존 유료 TV 가입자를 흡수하기 시작했을 정도다. 월트디즈니처럼 전통적인 TV 콘텐츠 공급사업자도 훌루닷컴과 같은 인터넷 매체(플랫폼)를 마련해 틈새를 엿보는 등 방송시장 질서가 변하는 추세다.

체이스 케리 뉴스콥 최고운영임원(COO)은 “스포츠 프로그램과 황금시간대 인기물인 `아메리칸 아이돌`을 제공하는 폭스는 (유료 TV사업자로부터 가입자당) 한 달에 5달러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가입자당 TV 프로그램 제공가격 최고 수준은 월트디즈니 ESPN의 월 4.08달러였다. 폭스가 `아메리칸 아이돌` 등을 앞세워 TV 프로그램 가격 인상에 기름을 부을지 주목됐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