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정안전부가 지난 달 입법 발의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에 대한 찬 · 반 논란이 거세다. 개정안은 전자주민증에 전자칩(스마트 IC)에 내장하고, 여기에 개인정보를 담는 것을 골자로 한다. 25일 행안부 주관으로 열린 `전자주민등록증 도입방안 국민의견수렴 공청회`에 참석한 각계 대표들은 전자주민증 도입을 놓고 날선 찬반 대립을 벌였다.
행안부는 개인정보를 전자 칩에 넣는 전자주민증을 도입하면, 현행 주민등록증의 위 · 변조 가능성이 줄고 개인정보보호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주민등록번호와 지문 등 민감한 정보를 전자 칩에 암호화해 내장하기 때문에 위 · 변조가 어렵고, 분실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자주민증 발급 시 발생하는 발행번호를 신설해 주민등록번호 유출 및 오 · 남용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즉, 주민등록번호를 칩에 저장하는 대신 전자주민증에 표기된 발행번호로 민간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토록 해 주민등록 번호의 오남용을 줄일 계획이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정부가 개인정보보호를 전자주민증 도입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수집하는 정보의 항목이 늘어나고 대통령령으로 임의 수록사항을 얼마든 추가할 수 있어 오히려 개인정보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건보 아주대 교수는 “전자적 수록에 관한 사항을 모조리 대통령령으로 규정하도록 위임한 것은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전자적 수록의 한계를 법률로 명시한 후 대통령령에 위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하는 전자주민증에 수록 정보를 늘린다는 것은 도입 목적에 반한다”면서 “개인정보는 수집해서 한 곳에 집적되면 유출 위험이 커지므로 수집 항목 및 목적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전자 칩에 정보를 수록하는 방법과 열람 등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부족하고, 수록한 정보를 판독기로 읽는 과정에서 유출 위험이 크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이기한 단국대 교수는 “전자주민증에 정보를 수록하는 방법이나 정보 제공 및 열람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법률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전자주민증에 수록된 정보의 판독 및 전송과정에서 해킹 및 유출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 시민들은 “주민등록번호와 열손가락 지문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가 전자 칩에 모이기 때문에 유출 및 악용가능성이 더 크다”면서 “개정안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민감한 개인정보를 읽을 수 있는 판독기 운영에 관한 세부 지침이 전혀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김현철 행안부 주민과장은 “전자주민증은 국민 감시용으로 도입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면서 “임의 수록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한 것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크다면 법률로 명시하는 등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판독기의 저장관리 측면에서의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한 보안장치 및 규정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행안부는 제기된 문제를 검토해 주민증 형태 및 운영방법 등을 내년까지 구체화하고, 국민여론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주민등록증 개정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오는 2012년까지 전자주민증 설계 및 발급관리시스템 구축해, 2013년부터 5년간 전자주민증을 발급할 계획이다.
이경원기자 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