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ysis] 유닉스서버 가상화 닻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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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x86서버 일색이었던 서버 가상화 프로젝트가 최근 들어 유닉스서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국내 서버 가상화의 대부분이 x86서버 기반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금융권의 잇단 유닉스서버 가상화 프로젝트는 전 산업에 걸쳐 서버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유닉스서버 가상화에 대한 관심이 촉발된 데는 기업은행 서버통합 프로젝트가 큰 역할을 했다. 기업은행 서버통합 프로젝트의 대상인 404대 서버 중 70% 이상이 유닉스서버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닉스서버 가상화는 여러 가지 이유로 그동안 x86서버 가상화에 비해 사례가 적었고 시도하려는 곳도 많지 않았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자원 활용률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가상화의 이점 때문에 유닉스서버 가상화도 언젠가는 추진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는 공감대 정도가 있었을 뿐이다.

 엄밀히 따지면 논리적 파티셔닝, 물리적 파티셔닝 등의 기술도 유닉스서버 가상화의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논의가 되고 있는 가상머신(VM)을 통한 가상화는 4~5년 전 출현하기 시작했다. x86 분야의 VM웨어가 이목을 끌면서부터다. 유닉스서버로 관심이 확대된 것은 최근이다.

 ◇확산에 다양한 걸림돌 존재=그동안 VM 기반의 유닉스서버 가상화 사례가 적었던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기술에 고객의 신뢰가 낮았다. 많은 업무를 단일 서버에서 운용할 때 장애가 발생하면 해당 서버에서 운용되는 모든 업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염려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가상화 환경에서는 이중화를 통해 이런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 두 대 이상의 서버를 연결해 한 쪽에서 장애가 일어날 경우 다른 서버로 실시간 업무가 이관되도록 하는 것이다.

 김선식 한국IBM 테크니컬 세일즈 부장은 “큰 문제가 없다고 공감은 하면서도 아직도 이런 부분을 염려하는 고객들이 적지 않다”며 “이미 장애에 대한 기술적 이슈는 해결된 상태며 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쪽으로 유닉스서버 가상화는 진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유닉스서버에서 기업의 핵심 업무가 운용되고 있다는 점도 가상화 확산의 걸림돌로 작용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등 핵심시스템이 운용되고 있는 만큼 가상화를 적용한다는 생각을 쉽사리 하지 못했던 것이다.

 조직적인 이슈도 한몫을 차지했다. 업무별로 담당팀이 나뉘어 있다 보니 서버통합을 통해 여러 업무들을 한 서버로 모으게 되면 관리 측면이나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 구매 예산에 대한 문제 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우려 때문에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검토하다가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보수적 금융권 중심 사례 증가=세계 시장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중요 업무의 경우 x86서버보다 유닉스서버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경우 x86서버의 안정성에 대한 이슈 때문에 아직도 모든 핵심 업무에 대부분 유닉스서버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도입한 기업은 20여 곳이다. 은행권에서는 기업은행, 하나은행, 국민은행, 씨티은행, 대구은행 등이 있고 농협이 내년 상반기 중 프로젝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제2 금융권에는 삼성화재를 필두로 대한생명, 현대카드, 메트라이프생명, 동양종금증권 등이 있으며 대한항공, SK텔레콤, 현대자동차, LG디스플레이, 제일모직, 삼성테스코 등도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진행했다.

 도입 분야는 각각 다르지만 이 기업들은 주요 업무부터 백업센터, 테스트 환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가상화를 적용했다. 이들은 주로 노후 서버 교체시기에 맞춰 통합과 자원 활용률 증대, 백업센터용 서버 구축 등을 목적으로 가상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창훈 한국HP 비즈니스 크리티컬 시스템 사업본부 부장은 “주 센터는 가용성을 위해 물리적 파티셔닝을 적용하고 백업센터는 VM을 통해 상면공간을 줄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으며 이런 식으로 방향성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논의되는 것은 도입 여부가 아니라 가상화 기술을 접목하고 나서 이를 어떻게 관리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구매부터 향후 증설까지를 고려한 일관되고 통합된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용성과 유연성 등 목적에 맞는 기술 도입해야=국내 유닉스서버 가상화 시장은 한국IBM과 한국HP가 주도하고 있다. VM웨어나 시트릭스 등 서드파티 업체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IBM은 자사의 파워7에 AIX 파워VM 가상화 솔루션을 기반으로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제안하고 있다. HP는 인텔의 아이테니엄 투퀄라 등 최신 CPU를 탑재한 슈퍼돔2에 HP-UX VM 솔루션을 제공한다.

 양측 가상화의 토대가 되는 기능은 IBM의 LPAR와 마이크로파티션, HP의 vPAR와 nPAR다. 이 기능들을 통해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네트워크 등 시스템 자원을 논리적으로 분할해 여러 개의 파티션을 구성하는 것이다. 여기에 가상화 환경 관리를 위한 HP의 시스템 인사이트 매니저(SIM), IBM의 하드웨어 매니지먼트 콘솔(HMC)과 시스템 디렉터 같은 툴을 추가함으로써 가상화가 완성된다.

 이창훈 부장은 가상화는 가용성과 유연성 중 어느 부분이 필요한지를 생각해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중요한 업무에 대해서는 가용성에 초점을 두고 nPAR와 같은 물리적 파티셔닝을 적용하고 유연성이 필요한 업무는 vPAR와 같은 논리적 파티셔닝이나 VM을 도입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업무 중에서도 서버에 일정하게 부하가 걸리는 쪽보다는 피크타임에 부하가 폭주하는 곳이 가상화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업무 특성에 맞게 적절한 가상 인프라를 구성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 부장은 “유닉스서버 가상화를 추진할 때에는 구매 단위를 단위 업무팀에서 통합 대상의 전 범위로 확대하고 서버통합 외에 네트워크와 스토리지 통합을 동시에 진행해야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신규 장비로의 마이그레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에 가상 솔루션의 버전 업그레이드가 가능한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박스>기업은행 유닉스서버 가상화 사례

 

 기업은행이 진행 중인 서버통합 프로젝트의 대상 서버인 404대 중 유닉스서버는 293대다. 중 IBM과 HP 유닉스서버는 각각 170대와 95대다. 전사데이터웨어하우스(EDW)나 고객관계관리(CRM) 등 정보계 관련 업무는 주로 HP 서버에서, 인터넷뱅킹이나 펀드시스템 등 계정계 관련 업무는 IBM 서버에서 주로 운영되고 있다.

 2008년 기업은행이 서버통합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할 당시엔 이 유닉스서버들을 47대로 통합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생각보다 가상화의 효과가 크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고성능 CPU가 탑재된 서버가 나오면서 프로젝트 완료 시점인 2012년엔 47대 이하로 서버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김경필 기업은행 IT총괄부 팀장은 “기존 유닉스 서버 25~30대 정도를 새로운 1대의 서버로 통합할 수 있을 정도로 가상화 효과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2차연도 프로젝트를 끝마친 올해까지 전체 유닉스 서버의 60%에 대한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전력과 상면 부족, 유지보수 비용 증대라는 문제를 해결했으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113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