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3할 타자의 조건](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2/12/news-p.v1.20260212.5b3c1401d3594329b6df51036339c730_P1.jpg)
'3할대 타율'은 훌륭한 타자를 상징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다. 투수가 10번 공을 던지면 적어도 3번은 안타를 친다는 의미다. 타자가 한 게임당 타석에 4~5번 들어선다고 가정했을 때, 매 경기마다 1.2~1.5개 안타를 때려야 3할 타율을 유지할 수 있다.
물론 선수 컨디션에 따라 한 게임에서 3~4개의 안타를 칠 수도 있다. 하지만 몇 경기만에 1~2개 안타를 치거나 아예 안타를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특히 갈수록 '투고타저'가 심화되는 최근에는 한 시즌 내내 3할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할 타자는 2022년 11명, 2023년 9명, 재작년과 지난해 7명에 불과했다. 3할 타율 달성은 그만큼 어려운 일임과 동시에 '꾸준함'을 나타내는 대명사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매년 타율이 들쭉날쭉한 타자, 장타력은 있지만 타율은 낮은 타자보다 3할 타자가 더 대접을 받는다.
야구 얘기를 꺼내 든 것은 요즘 반도체 시장을 보면서 오버랩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3년째 이어진 인공지능(AI) 열풍 덕에 반도체 시장은 호황기를 맞았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뿐만 아니라 범용 D램, 낸드 플래시까지 메모리 가격이 급등했다. 수요는 폭증하는데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것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와 가격 급등 덕분이다.
반도체 산업 성장은 국가 경제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은 7097억달러(약 1000조원)로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액은 약 24.4%(1734억달러)를 차지한다. 당분간 이 같은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반도체 시장에는 사이클이 있다. 2017~2018년에는 클라우드 확산세 속에서, 2021년에는 코로나 확산에 따른 가전 수요 증가로 상승가도를 달렸다. 반면 2019년과 2023년에는 수요 감소로 대부분 기업이 위기를 겪었다. 이번 슈퍼사이클 역시 언제 하락세로 접어들지 모른다. 우리는 오랜 경험으로 이를 잘 알고 있다.
언젠가 찾아올 위기 그리고 그 뒤에 다시 올 기회에 대비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 그게 지금 우리 반도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이다.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비즈니스를 유지하도록 '꾸준함'을 갖추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미다.
3할 타자가 되기 위한 필수 요소는 '선구안'이다. 강타자들은 꾸준한 연습을 통해 구질에 대한 선구안을 키운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상대 투수의 구종·패턴을 파악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자만하지 말고 꾸준히 타격 자세와 기술 훈련,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
반도체 산업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분석으로 시장 변화에 대한 인사이트를 갖춰야만 지속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호황 속에서도 안주하지 말고 차세대 제품·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투자해야 한다.
지금 우리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것은 3할 타자의 조건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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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천 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