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포럼] 우리 콘텐츠의 글로벌화 현실과 과제

[콘텐츠포럼] 우리 콘텐츠의 글로벌화 현실과 과제

 지난 10년간 정부는 국가 성장 동력 산업의 하나로 콘텐츠산업을 육성해 왔다. 그리고 올해 1월 대통령 직속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는 업무보고를 통해 현 정부가 남은 기간 동안 모든 산업 정책 역량을 ‘콘텐츠와 SW·시스템반도체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산업간 융합과 스마트화가 가속화되는 환경에서 콘텐츠의 경쟁력은 관련 기기, 서비스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타산업의 경쟁력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인 PWC가 발행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아웃룩 2010-2014’의 전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이 5.0%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8%에 불과하다.

 왜 우리나라 콘텐츠산업의 성장률이 글로벌 시장의 평균 성장률에도 못 미치는 것일까? 우리나라의 콘텐츠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0 콘텐츠산업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콘텐츠산업 규모는 69조원 수준으로 이중 출판·방송시장이 각각 30%와 20%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게임시장이 10%를 점유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 전체 규모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3%(26억 달러)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게임 수출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왜 우리나라 출판, 방송, 음악 등의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지 못할까?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언어, 문자, 문화 등의 특수성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필자는 문화적 특수성보다는 우리 콘텐츠의 열악한 글로벌 서비스 환경을 들고 싶다.

 해외의 고객이 우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는 두 가지로 상정할 수 있다. 먼저 해외 고객이 우리나라 콘텐츠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구매·이용하는 경우다. 이들은 파이어폭스, 크롬, 사파리 등의 웹브라우저를 사용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 콘텐츠 사이트의 94% 이상이 인터넷익스플로러 환경만을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이트에 들어오면 인터넷 실명을 요구한다. 이에 반해 국내 소비자가 미국의 아마존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콘텐츠를 구매·이용할 때는 단순히 이메일 주소, 신용카드 번호와 비밀번호만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우리의 콘텐츠 서비스 사업자가 해외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경우다. 현재 우리나라 콘텐츠 저작권자들과 서비스업자들 간에 다소 불신의 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승적 관점에서 저작권자는 콘텐츠를 폭 넓게 제공하고 서비스사업자는 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뿐만 아니라 창출된 수익을 공정하게 배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스마트 혁명은 과거 인터넷 혁명보다 훨씬 큰 콘텐츠산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년 전 우리 게임 사업자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를 활용해 온라인 게임이라는 신 분야를 개척해냈다. 월정액 또는 부분 유료화라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한 사례는 현재 우리 콘텐츠 전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출판·방송·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 사업자는 새로운 분야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척에 경주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저작권자와 콘텐츠사업자는 서로 협력하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자. 콘텐츠산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그 길밖에 없음을 명심하자.

 최연철 한국콘텐츠진흥원 차세대콘텐츠기획팀장 ycchoi@kocc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