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 성 호 객원논설위원ㆍ광운대 정보콘텐츠대학원장 kshkbh@kw.ac.kr
걱정이 기우(杞憂)이기를 간절하게 바라지만, 왠지 이 걱정스런 마음을 지울 길이 없다. 그런 생각이 드는 저변에는 조그만 땅 덩이에 채널이 넘쳐나는데도, 기득권을 누리던 큰 신문사들이 떼를 지어 방송사업을 하겠다니 과당 경쟁이 뻔해 보여서다. 거기에다 이 사업자들이 민간기업인지라 수익 창출에 골몰할 것이고 손해 보는 장사는 안 할테니 더욱 염려스럽다. 방송 매체의 기본은 비록 그 주체가 사영일지라도 공익을 실천하는 도구인데 말이다.
물론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방송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는 이해되고도 남는다. 1980년 말에 중앙이 금쪽같던 TBC(TV, AM, FM)를, 동아가 영광스럽던 DBS(AM 라디오)를 졸지에 신군부에게 빼앗겼으니 그 억울함이 오죽했으랴. 거기에 방송과 무관했던 조선도 종이신문이 사양길이니 원소스멀티유즈의 동종 매체 사업에 뛰어든 것 또한 결코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이유야 어찌됐든 여기에 매일경제까지 포함하여 졸지에 4개 채널이 경쟁을 하게 됐으니 자칫 방송이 ‘언론과 문화’의 매체라는 기본은 소홀해지고 ‘사업과 산업’에 목숨 걸 것만 같아 걱정이 된다. 4개 종편이 그동안 신문매체로 국민의 사랑 속에 살았으니 이제 이 사업으로 국가와 국민에 투자하여 ‘노블레스 오블리주’ 자세를 견지해 줬으면 참으로 좋겠다. 그래서 지도층의 솔선수범 및 도덕적 책무가 세계에서 꼴찌하는 이 나라를 건져보자. 현재 채널로도 ‘연예와 오락의 나라’는 넘쳐난다. 자긍심 높은 신문사들인 만큼, 그에 걸맞는 격조 높은 프로그램으로 ‘선진국가’를 창조하는 데 앞장서 주길 바란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 어디를 살펴봐도 선진 시민의식과 배려 정신이 크게 부족해 보인다.
이제 4월, 종편 승인이 매듭지어지고 본격 준비에 촌각을 다툴 때가 됐다. 그렇다고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 ‘종편의 땅’은 창의적 사고로 기존 지상파와 다른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로가 최고로 우뚝 서려는 다툼, 고지 선점에 골몰할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그 최고가 시청률 하나에만 매달려, 기존 방송계를 더 흐리는 데 일조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더욱 신문이 권력으로 무장하여 광고를 몰아가는 방편도 죄악이다. 첫 판, 처음 이미지가 중요하다. 나는 우리 방송 풍토가 권위있는 신문이 참여하는 이 종편을 계기로 크게 성숙되는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방송전문가들이 잘 알면서도 몰각하고 지키지 않는 악습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청률에 목을 매어 죽기 살기로 산인지 바다인지 모르고 뛰어가는 일이다. 선진국가로 가는데 일조하는 창의적 프로그램은 아무리 넘쳐나도 유쾌하겠지만, 선정성을 조장해서라도 시청률로 승부하겠다는 콘텐츠 기술자들은 한국에서 떠나보내야 한다. 이 악습을 막기 위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사업주와 경영자의 의지이다. 사업주는 무조건적 1등주의 의식을 벗어던지고 건전한 투자를 통해 장기적으로 수익성을 창출하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해야 한다. 경영자는 진정한 방송인의 자세를 성찰하고 변화와 혁신의 주체로서 솔선수범의 철학을 지켜가야 할 것이다. 양자 모두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른 길에 서라. 정도(正道)가 가장 오래 사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