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 재료 기업들이 최근 대부분의 투자가 집중되는 아시아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는 만큼 국내 장비·재료 산업이 새 도약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일본에 비해 뒤떨어지는 가공부품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가공부품공동연구센터 설립 등과 같은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주대학교가 지난 8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재료 장비 산업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개최한 ‘제1회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주포럼’에서 산·학·연 참석자들은 아직 국내 장비·재료 산업이 해외 주요 기업에 비해 매출이나 R&D 측면에서 부족하지만 최근 우호적인 여건 변화로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강창진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상무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들이 가장 앞선 공정기술을 개발하면서 차세대 규격제정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국내 장비업체들에게는 큰 기회”라며 “특히 다국적 장비기업들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만큼 국내 장비 재료 업계에는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세계 4위의 반도체장비업체인 램리서치가 최근 국내에 합작법인 설립을 확정했으며 1위 기업인 어플라이드머터리얼즈도 국내 생산을 확대키로 한 바 있다. 양준철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우리나라 톱10 반도체 장비기업 매출은 2조8000여억원으로 전년대비 131% 증가했다”며 “아직 해외 메이저 기업에 비해서는 영세하지만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제 부분품 가공 등 장비 연관산업에 대해서도 업계와 정부가 투자할 시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복원 주성엔지니어링 부사장은 “장비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성능과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공부품 산업도 발전해야 한다”며 “열악한 가공부품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공동으로 가칭 ‘가공부품공동연구센터’를 설립,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인학 램리서치코리아 사장은 “램리서치가 국내에서 조달하는 가공품 및 모듈은 최근에야 20여종으로 늘었지만 일본은 100여개 사에 달한다”며 “가공품 및 모듈 경쟁력을 강화하는 게 국내 장비 산업 발전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스템IC 위주의 정부 R&D 전략도 공정·재료 산업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으로 변경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형준 서울대학교 교수는 “지난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정부 반도체 R&D 예산 가운데 60%가 시스템IC 분야였고 공정과 재료는 9.1%인 129억원에 그쳤다”며 “비록 시스템IC에 비해 시장은 적지만 성과를 더 낼 수 있는 분야인 장비·재료 분야의 R&D 지원을 강화하는 것도 고민해봐야 할 시기”이라고 말했다. 김중조 제주대학교 석좌교수는 “이제 다국적 장비 기업들도 한국을 주목하는 시대가 됐다”며 “이러한 기회를 충분히 살린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은 장비·재료와 같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주대학교는 이번 포럼을 1회로 그치지 않고 연례화할 계획이며 재료·장비 분야의 산학연계프로그램(트랙) 등도 만들어 이 분야 인력양성을 추진키로 했다.
제주=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