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안부 전자서명법 개정에 공인인증업계 “시장파괴” 반발

 행정안전부가 공인인증서 다양화 등의 내용을 담은 전자서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하자 공인인증 업계가 강력 반발했다. 개정안은 해석에 따라 지난 10년간 유지해온 공인인증제도와 시장 판도를 재편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18일 국회에 따르면 행안부가 지난해 말 제출한 ‘전자서명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행정안전위 수석전문위원회 검토를 받고 법안소위 논의를 앞두고 있다.

 행안부는 스마트폰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환경변화에 따라 공인증서 이용범위 확대 등을 취지로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하지만 개정안에는 ‘일반전자서명에 대한 효력’과 ‘공인인증서 종류’ 등을 재조정하는 내용이 담겨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선 일반전자서명의 효력에 대해 기존 법률안에는 ‘당사자 간의 약정에 따른 서명으로서 효력을 가진다’고 한정했으나 개정안에서는 이 문구가 빠졌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되면 공인인증이나 일반전자인증 효력이 똑같아져 공인인증제도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공인인증업체 한 관계자는 “민법상 계약임을 강조한 ‘당사자 간의 약정 거래’ 조항이 빠지면 일반전자인증도 공인인증과 동등하게 전자서명법의 효력을 부여받게 된다”며 “이렇게 될 경우 해외 대부분의 전자서명 시장을 장악한 미국 베리사인과 같은 사설 인증업체들이 국내 시장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개정안은 일반전자인증도 기명날인의 효력이 있는데 이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아 이를 문구상으로 명확하게 한 것에 불과하다”며 “일반전자인증이 문제가 생기면 공인인증처럼 전자서명법의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법원에서 따로 판단하는 것”이라며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공인인증서 종류도 기존 범용과 용도제한용 2종에서 단순본인확인용, 전자결제용, 보안용 등 3종으로 바꾸기로 해 공인인증업계가 발끈했다.

 10년간 구분해서 자리 잡은 공인인증서 종류를 새로 조정할 경우 국민은 물론이고 업계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 본인 확인용은 금융결제원 등 비영리법인이 무료로 발급하면서 이들 비영리법인이 시장을 독과점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행안부 관계자는 “개정안은 기존 범용이나 용도 제한용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이들은 그대로 쓰면서 공인인증 발급이 힘든 미성년자의 경우 단순 본인 확인용 등을 발급받을 수 있도록 추가한 것에 불과하다”며 이 역시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관련 업계와 행안부가 개정안 문구 해석에서 미묘한 차이를 드러내자 법 개정에 앞서 공청회 등 공개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공인인증업체 한 사장은 “똑같은 문구를 놓고 완전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은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10년간의 시장질서와 판도를 바꿔놓을 수도 있는 이 개정안은 업계·학계 등 전문가 등이 참여한 가운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안부 전자서명법 개정안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