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쇼크 2탄` 셋톱박스업계 정조준

 구글이 내달 선보일 차세대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부터 셋톱박스 업체에도 ‘구글 인증’을 받도록 할 예정이다. 구글의 방침은 추후 스마트TV 시장 주도권을 의식한 보다 장기적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구글 개방 정책에 따라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 셋톱박스 사업을 추진해온 기업들이 인증 장벽에 막혀 사업을 포기하는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13일 안드로이드 기반 셋톱박스를 개발 중인 국내 기업 한 관계자는 “구글이 내달 첫선을 보일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부터 구글 호환성인증과정인 CTS(Compatibility Test Suite) 인증을 적용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면서 “이에 대응해 프로요·허니콤 등 이전 OS에 적용한 CTS 기술 규격을 분석하는 등 준비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연초 발표한 스마트패드 전용 OS ‘허니콤’에 이 같은 정책을 적용해 스마트패드 사업을 추진하던 상당수 중소기업이 중도 포기한 바 있다.

 국내 메이저 셋톱박스업체 연구소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는 스마트폰·스마트패드·스마트셋톱박스 등 이종기기에 상관없이 애플리케이션을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컨셉트의 OS”라며 “구글이 현재 스마트폰과 스마트패드에 적용한 CTS를 셋톱박스에 적용하는 것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인증은 현재 급팽창하는 스마트 셋톱박스 시장의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 CTS를 통과하지 못하면 앱 장터 ‘안드로이드 마켓’ 접속권이 차단돼 사실상 스마트 셋톱박스 사업을 접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스마트패드 시장에서도 삼성전자·LG전자·팬택·엔스퍼트·아이리버 등 5개업체만 구글 CTS를 통과했다. 다른 중소기업은 CTS 장벽에 막혀 기존 계획을 백지화한 상태다.

 국내 스마트 셋톱박스 시장에는 휴맥스·가온미디어·홈캐스트·열림기술·기륭전자·미네박스 등 셋톱박스 전문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LG전자 등 대기업들도 가세했다. 최근에는 IT서비스·부품업체들도 신성장 동력으로 추진하면서 과열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구글이 세계 2위 셋톱박스업체 모토로라모빌리티를 인수한 상황이어서 CTS인증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셋톱박스 전문업체 한 임원은 “스마트패드 CTS 인증과정을 보면 구글이 단순히 기술검증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적 판단에 따라 기업을 선발하는 경향도 없지 않다”며 “모토로라의 잠재 경쟁사에 효과적인 진입장벽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고 우려했다.

 구글은 CTS 인증 도입과 함께 스마트폰·스마트패드용 플랫폼과 달리 셋톱박스 플랫폼은 아예 공개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셋톱박스 업체 개발자는 “셋톱박스 플랫폼이 공개되지 않으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패드용 플랫폼을 활용해 기업들이 제각각 셋톱박스용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이럴 경우 호환성 인증 통과가 더욱 어려워지는 이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한세희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