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기인 삶과 꿈]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여성과기인 삶과 꿈]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이학박사 학위를 가지고 있지만 과학자라는 생각은 조금 어색하다. 엔지니어, 기술자, 공학자라고 할까. 그래서 여성과학자보다 여성기술인이라는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석사 학위를 받은 후 1994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 들어와서 현재까지 연구원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한국 아줌마다.

 그 동안 주로 연구 및 개발한 분야는 IT인프라 구축을 위한 시스템이다. ATM 교환기, 광가입자 시스템 같은 장비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주로 국가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했다. 연구 및 상용 시제품을 개발해 중소기업에 기술을 이전하고 네트워크 장비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시스템 개발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잘 연동돼 돌아가야 고가용성과 고성능을 낼 수 있다. 네트워크 장비는 국제적인 연동이 중요해 국제 표준에 맞게 개발해야 한다. 어떤 것은 상당한 노하우를 필요로 하고 많은 벤치마크 테스트와 인증 시험을 거쳐야 한다. 연구 및 개발자들 간 인터페이스와 소통이 아주 중요하다.

 현재는 글로벌 기업인 시스코와 주니퍼가 거의 독주하고 있는 네트워크 핵심 장비인 라우터를 개발하고 있다. 라우터를 한마디로 말하면 ‘인터넷의 목적지를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찾아 주는 역할을 하는 장비’다.

 이전까지 국내서 개발한 라우터는 없었다. 지금도 일반 라우터로는 가격과 성능면에서 외국 업체와 경쟁이 안 된다. 우리는 특화된 기능을 탑재한 일명 ‘플로우’ 기반 라우터로 고부가가치 기술을 실현하고 있다. 우리가 개발한 네트워크 장비는 국방망, 우정망 등에 설치·운용되고 있다.

 현재는 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탐지 및 제어, 패킷 심층 분석을 통한 트래픽 제어 등 기능을 연구 개발하고 있으며, 상용화와 사업화를 위해 노력 중이다. 거대 외국 기업에 정면 승부하기보다 틈새 시장과 고기능이 필요한 고부가가치 분야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08년부터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겸임교수를 하면서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세대 차이를 넘어 인생 선배이자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동행자로서 조언과 격려를 하고 있다. 스스로도 과학기술 연구에 동기 부여를 받는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자그마한 봉사라고 생각하며 주말이나 저녁 시간을 이용해 활동하고 있다.

 요즘 공대 기피 현상이 많다고 하지만, 여성이 전문 분야에서 남성과 대등하게 인정받고 연구개발 과정에서 높은 성취감을 얻을 수 있는 최고 분야는 이공계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책임연구원 parkhs@etri.re.kr

[여성과기인 삶과 꿈]박혜숙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