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전의 용사가 돌아왔다.’
정형문(55) 액티피오 사장만큼 이 말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 없다. 그는 1995년 한국EMC를 설립해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은 주역이다. 스토리지 업계 종사자라면 한국EMC 회장의 자리까지 올랐던 그의 이름이 낯설지 않다.
정 사장은 2004년 건강 악화로 한국EMC를 떠난 후 몇 번의 고비와 우여곡절을 겪었다. 프랑스 스토리지 업체 에이템포를 한국에 진출시키며 아태 총괄사장을 맡았지만 이내 그만두고 창업에 나섰다. 첫 사업체인 헤이워드테크는 출발은 좋았지만 핵심 파트너였던 이스라엘 XIV가 IBM에 인수되면서 중도하차할 수 밖에 없었다.
정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데이터관리 가상화 전문업체 액티피오의 한국 사장을 맡으며 다시 스토리지 업계로 돌아왔다. 그간의 여정에 대해 그는 “돌이켜보면 행복할 때도 있었고 힘겨울 때도 있었다”고 회고했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우리나라 스토리지 시장에 4개의 글로벌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한국EMC를 설립해 300명에 달하는 고용창출도 이뤄냈다. 매 분기 실적을 경신하는 기록을 6년간 이어갔다. 한마디로 무에서 유를 창조했던 시기였다.
정 사장은 “일이 너무 재미있었다. 당시에는 이런게 열정이고 보람인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믿기지 않을 때도 있지만 힘들 때마다 다시 일어서게 한 것도 그 때의 자부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에이템포와 헤이워드테크도 한국EMC 설립 때처럼 ‘무(無)’에서 시작했다. ‘맨땅에 헤딩’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새로운 제품과 기술을 국내에 소개하고 새로운 직원을 선발하고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과정은 해본 사람만 아는 재미다.
정 사장은 “액티피오 역시 그 정신으로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액티피오는 HP, IBM 출신 인력들이 모여 2009년에 설립한 스토리지 솔루션업체다. 신생기업이지만 기술력 있는 회사로 주목받는다.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호주 등으로 진출할 계획이며 한국 진출은 정 사장이 맡았다.
정 사장은 “아직 지사를 설립하지 못한 상태지만 내년 1분기를 목표로 사전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차근차근 규모에 맞게 비즈니스를 확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객들이 기존 솔루션으로 풀지 못한 답답함을 해결해주는 것이 과제”라며 “중견·중소기업에서부터 가치를 입증해 점차 사업 범위를 확장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