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정의 그린로드]인사는 만사(萬事)라는데…

 대한축구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국가대표 축구감독 경질을 두고 말이 많다. 최근 치른 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이라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경질을 결정하고 발표하기까지 과정이나 방법에는 동의하지 못하겠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대표 감독을 선임하거나 경질을 결정할 때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열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기술위원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경질 발표 이튿날 조광래 감독은 당사자인 본인에게 한 번의 언질도 하지 않고 경질을 통보한 것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진출을 위한 3차 예선 마지막 경기를 두 달여 남겨놓은 상태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표팀 새 사령탑 선임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일 단행한 차관급 인사에도 전격 교체카드가 있었다. 지식경제부 제 2차관이 김정관 차관에서 조석 차관으로 교체된 것.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인사였다. 지경부 내부에서도 미리 안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청와대와 지경부는 교체 배경으로 ‘정전사태에 대한 책임’을 꼽았고 김정관 전 차관도 같은 대답을 했다. 김 전 차관은 정전사태 발생 이후 주무부처 차관으로서 책임을 지고 그만두려 했었고 최중경 전 장관이 그만둔 이후 사퇴시기를 고민해왔다고 했다.

 그런데 왜 교체시기가 동계 전력 비상수급기간이 시작하는 5일이었을까. 김 전 차관은 새 장관도 취임하고 겨울철 전력대책도 어느 정도 세워놨다는 판단에 사임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지경부 내부 분위기는 달랐다. 장관이 정전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마당에 지경부 최고 에너지 전문가로 꼽히는 김 전 차관을 경질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분야에 밝은 조석 차관이 바통을 이어받았기 때문에 업무 연속성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한마디씩 했다. “아무리 차관 자리가 정무직 공무원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가.” “전력 전문가(김 전 차관)와 함께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동계 전력 비상수급기간을 잘 마무리하려고 했는데 아쉽다.” “본인이 (이임식을) 극구 사양하기는 했지만 이임식도 하지 못했고, 급히 써내려간 것 같은 A4용지 절반 분량의 이임사를 받았을 때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번 인사를 보며 공무원의 비참함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7개월도 안 된 차관을 굳이 교체했어야 하는가 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동계 비상수급기간만이라도 책임지고 업무를 마무리한 후 명예롭게 물러날 수 있는 기회가 아쉽다는 게 중론이다. 한 공무원은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말도 있지만 (내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이런 분위기에서 충성심이 나올 수 있을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역대 정부치고 인사 때마다 ‘코드 인사’ ‘회전문 인사’ ‘돌려막기 인사’라는 말을 안 들어본 정부가 없다. 내가 인사를 할 때는 합당한 이유에 따른 공정한 인사지만 입장이 바뀌면 합당한 이유는 핑계로 바뀐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딱 맞는다. 인사는 어떤 자리에 어떤 사람을 기용할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사람을 얼마나 두어야 하는 지도 염두에 둬야 한다.

 최근 부쩍 3, 4개월짜리 산하기관장이 눈에 띈다. 불가피한 상황이 발생해서 최적임자를 찾다보니 일어난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고 싶다. 하지만 3, 4개월 머물다 훌쩍 떠나가는 기관장을 보는 해당 기관 조직원들의 ‘일할 맛’은 어떠할까. 인사는 만사(萬事)라고 하지만 자칫 망사(亡事)나 만사(萬死)가 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주문정·그린데일리 부국장 mj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