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영면=스티브 잡스 전 애플 CEO가 지난 10월 6일 세상을 떠났다. IT업계는 물론이고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이끌어낸 주역의 퇴장에 세계인이 하나가 돼 애도의 물결을 이뤘다. 잡스의 가장 큰 업적은 인문학을 공학에 융합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IT명품을 연이어 탄생시켰다는 점이다.
잡스는 1976년 애플컴퓨터로 PC시대를 열었다. 30년이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해 포스트 PC시대까지 이끌어냈다. 책상 위 디지털 혁명에 이어 주머니 속 스마트 혁명까지 일으킨 셈이다. 이후 아이패드와 아이클라우드에 이르기까지 애플이 내놓는 제품과 서비스는 혁신의 대명사로 평가받았다.
1955년 미혼모의 아들로 태어나 곧바로 입양된 잡스는 대학 중퇴를 딛고 애플을 창업했다. 퇴사와 복귀, 희귀암 발병과 투병 등 굴곡진 삶을 거치며 애플을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다.
잡스는 떠났지만 팀 쿡 등 그를 보좌하던 경영진, 이른바 ‘잡스 군단’이 남아 애플을 이끌어가고 있다.
◇IT 1위의 추락=영원한 아성을 이룰 것만 같았던 IT업계 1위 공룡들이 생태계 변화라는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에 직면했다.
워크맨으로 입지를 다진 전자산업 제국 소니는 도전자들로부터 권자에서 밀려나 올 한 해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TV시장에서 부진이 주된 원인이었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평판TV시장에서 소니의 지난 1~3분기 평균 점유율이 9%대에 머무른 것으로 집계했다. 소니뿐만 아니라 파나소닉·도시바·샤프를 포함해 일본 주요 TV업체가 모두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치는 불명예를 안았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소니는 게임기용 PSN(Play Station Network) 이용자 7500만명의 개인정보도 해킹당해 1인당 최대 11억원의 배상금을 책정해야하는 악재도 겪었다.
세계 휴대폰 시장을 호령하던 노키아의 몰락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자체 운용체계(OS) 심비안을 고집하다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이 급전직하했다. 노키아는 새해에 전체 직원의 5%인 7000명을 내보내고 2013년까지 10억유로를 절감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애플 아이폰, 삼성전자를 위시한 안드로이드폰 진영으로 양분되는 시장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본 도호쿠 대지진=3월 11일 오후 2시 46분, 센다이 동쪽 180㎞ 해역에서 진도 9의 강진이 발생했다. 지진은 일본 도호쿠 지방을 강타했다. 이후 밀려온 엄청난 쓰나미는 해안 마을을 아예 폐허로 만들었다.
도호쿠 지진은 근대적 진도 관측이 시작된 이래 네 번째,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다. 3만명이 넘는 인명이 사라졌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도 지진 피해를 입어 방사능 물질이 유출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의 찬반 논쟁을 초래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은 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 가동 중단 등의 결단(?)을 내렸고, 원전을 보유한 국가에서도 논란의 여진은 계속됐다.
도호쿠 지진은 무엇보다도 일본이 자랑하는 전자와 자동차 산업의 탄탄한 공급망을 무너뜨린 점에서 큰 충격이었다. 소재에서 부품, 모듈, 완성품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본 기업이 공급했지만 엄청난 자연재해로 공장이 파괴되면서 일본 산업 전반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일본에선 공급선 다변화와 생산시설 해외 이전 바람이 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민주주의=SNS는 아프리카 독재정권 타도와 탐욕스러운 금융재벌에 대한 세계인들의 공분 확산에 기여했다.
튀니지 벤 알리 정권의 24년 장기집권은 SNS 혁명으로 끝이 났다. 튀니지의 국화를 빗대 ‘재스민 혁명’으로도 불리는 이 혁명은 SNS와 시민의 승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튀니지는 인구 1040만명 중 60%가 나이 25세 이하의 젊은이로, 페이스북 사용자가 200만명에 이른다. 튀니지 국민들은 엄격한 인터넷 검열을 넘어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소통하고 시위를 조직화했다. 결국 벤 알리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하야,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다.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철권통치에 종지부를 찍은 것도 SNS의 힘이다. 와엘 고님 구글 중동아프리카지역 마케팅담당 이사가 페이스북에 시위를 촉구하는 사이트를 익명으로 개설한 것이 촉매제가 돼 2월부터 이집트 국민들의 시위가 본격화했다.
미국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도 SNS를 타고 미국 전역과 세계 각국으로 확산됐다.
◇유럽발 글로벌 재정 위기=올 한해 세계 경제를 위협했던 뇌관은 유럽발 재정위기였다. 지난해 초 그리스를 시작으로 불거진 남유럽 재정위기 불씨가 올해 포르투갈로 넘어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면서 확 타올랐다. 그리스,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유로존 국가들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이미 100%를 넘어섰다. 지난 2009년 금융 위기를 막기 위해 투자한 돈 때문에 재정적자가 악화된 데다 방만한 예산 운용이 주범으로 꼽혔다.
문제는 재정위기가 유로존을 넘어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더블딥 우려 등과 맞물려 ‘제2의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세계적 충격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리먼 사태보다 더 오래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IT 분야 역시 부정적 영향 우산 아래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무선통신기기 최대 시장인 미국 수요가 둔화돼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판매량이 떨어지는 데다 반도체 분야도 D램 가격의 저점 시기가 늦춰질 가능성이 높다. 디스플레이 역시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정체기로 진입한 가운데 이번 금융 사태로 인해 계절적 특수도 위축됐다.
◇스마트폰 특허전쟁=애플이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의 경쟁 제품을 견제하기 위해 제기했던 특허전쟁이 올 한해 IT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애플은 올해 초부터 삼성전자, HTC 등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진영에 대해 소송을 걸거나 호주, 독일, 미국 등 세계 전역에서 판매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일부 지역에서는 맞소송까지 벌어졌다.
한 치 양보 없는 소송전에 각국 법원과 규제기관 발걸음도 바빠졌다. 기술에 조예가 깊은 검사나 판사를 배치해 사건 전담을 맡기는 등 세계적인 관심에 대응하느라 부심했다.
특허전쟁의 관전 포인트는 애플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HTC 등을 상대로 소송에서 기술적인 요인을 법원이나 규제기관이 얼마나 세밀하게 심사해 설득력 있는 판단을 내리는지 여부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도 ‘심판’ 역할을 자처했지만 이미 내린 판결을 번복하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는 등 특허전쟁은 점점 미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전기자동차 상용화=2011년은 전기자동차(EV) 상용화 원년이다. 수많은 연구개발의 난관을 뚫고 닛산과 미쓰비시가 각각 ‘리프’와 ‘아이미브’를 내놓고 시판을 시작했다.
EV는 하이브리드카와 달리 100% 전기로만 달린다. 친환경 자동차의 미래를 보여주는 주역이다. 에너지 대책, 기후 변화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많다.
일부 국가들은 EV시장을 키우기 위해 100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주거나 충전소 보급에 정책 자금을 지원하기도 한다. 2015년 대중화 원년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에 힘입어 새해에도 EV 출시가 붐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빅3, 일본 도요타와 혼다가 모두 신제품 EV 출시를 예고했다. 포드는 준중형 세단 ‘포커스’를 바탕으로 240볼트 전압에 3시간이면 완전 충전이 가능한 ‘포커스 일렉트로닉’을 내놓는다. GM은 소형차 ‘스파크’를, 크라이슬러는 모회사 이탈리아 피아트와 협력해 신모델을 선보인다.
◇구글, 모토로라 인수=인터넷 검색업체 구글이 휴대폰의 대명사인 모토로라를 인수한 것은 시장 재편의 신호탄으로 꼽힌다. 구글이 휴대폰 제조업체인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주당 40달러, 즉 현금 125억달러(약 13조5125억원)에 인수한다고 지난 8월 15일 양사가 밝혔다.
모토로라 모빌리티는 지난 1월 모토로라의 휴대폰 등 모바일 부문이 분사한 회사다. 지난 5월 현재 점유율은 세계 휴대폰 시장의 약 2.6%, 미국 휴대폰 시장의 약 15.1%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용체계(OS)를 제공하고 있는데 휴대폰 제조업체를 인수함에 따라 세계 휴대폰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모토로라는 지난 1973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을 개발했으며 휴대폰 관련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특허 공세에 시달린 구글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에 삼성전자 등 안드로이드 OS 기반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구글과 직접 경쟁을 펼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희토류 파동=희귀한 광물을 뜻하는 희토류는 중국이 세계 수요의 90%를 공급한다. 올해 초 중국 정부가 갑자기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를 펴면서 전자 산업과 친환경 자동차 산업은 큰 충격을 받았다. 희토류가 필수 소재기 때문이다.
희토류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올해 들어 5배 이상 급등한 희토류도 있다. 각국은 중국 의존도를 탈피하기 위해 희토류 광맥을 찾아 나섰다. 태평양 해저에서 육지 매장량의 800배에 달하는 희토류 광맥이 발견됐다. 남미와 오스트레일리아 등지에서 광맥 발굴 성과도 속속 나왔다.
중국 정부는 새해에도 희토류 수출 제한을 유지할 전망이다. 중국 희토류 업계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단순 수출에서 가공품 생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일본은 희토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부품을 속속 내놨다.
◇PC보다 출하량·판매량이 많아진 스마트폰=‘반짝’ 흥행으로 끝날 줄 알았던 스마트폰이 IT산업 패러다임을 바꿨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4억5000만대로 예상하면서 3억6000만대인 PC를 역사상 처음으로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판매량 역시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인류의 삶을 바꿔 놓았다. 정보습득, 업무수행, 친교활동, 문화소비 등은 물론이고 정치참여, 사회개혁 등 여론을 주도하는 도구도 됐다. 디지털 정보격차에 소외돼 있던 여성들도 스마트폰을 쥐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왔다.
스마트폰 역시 PC에 버금갈 정도로 성능이 향상됐다. 음성통신 기능은 무선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되는 유비쿼터스 환경을 실현했다.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으로 일상 생활의 상당수를 해결하는 만능 도우미가 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향후 2년 안에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PC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