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이슈] 사물지능통신(M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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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어느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늦잠을 자려는데 휴대폰 알람이 나를 깨운다.

알고 보니 스마트패드에 매년 1월 셋째 주에 친척들과 새해맞이 북한산 등산모임을 계획한 것을 입력해놨는데 스마트패드와 연계된 스마트폰이 내가 몇 시에 일어나서 어떤 교통 수단을 이용해야 북한산에 제때 도착할지 계산한 후 알람을 설정해놓은 것이다. 일어나니 욕실 히터는 기상 시간 10분 전에 가동돼 이미 욕조 안에는 따듯한 물이 가득 차 있다.

그뿐만 아니다. 스마트폰은 간밤에 내린 서리로 자동차 앞 유리에 성에가 끼었을 것이라고 판단해 출발 5분 전에 시동을 걸어 자동차를 예열한다. 차에 타자마자 내부순환고속도로가 막힌다는 정보가 오디오에서 흘러나온다. 가는 도중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연계된 페이스북에 접속해 친구들 소식을 접한다.

사물지능통신(M2M:Machine to Machine)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M2M의 정확한 정의는 방송통신망을 이용해 사람이나 지능화된 기기에 사물정보를 제공하거나 사람이나 지능화된 기기가 사물의 상태를 제어하는 통신을 의미한다. 해외에서는 IOT(Internet Of Things)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M2M은 지난 2008년부터 심심치 않게 나왔던 용어지만 기술력과 인프라 부족으로 올해서야 원년을 맞게 됐다. 실제로 올해 3월에는 M2M 글로벌 표준화 협력체인 `원(one)M2M`이 설립된다. 서비스 활성화에 분수령을 맞게 된 것. 우리나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를 포함해 세계 7개 정보통신기술표준개발기관이 협력체를 출범시키기로 합의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나라 기업은 물론이고 퀄컴, 에릭슨 등 글로벌 기업도 참여한다. 그간 M2M 서비스는 자동차, 의료, 홈 가전, 전력 등 응용분야별로 단말과 서비스 플랫폼이 다르고 복잡해 전 세계적으로 비즈니스 추진에 어려움이 많았다.

시장 규모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데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M2M 시장 규모가 2013년에는 295억유로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10년 111억7000만유로였던 것에 비하면 3년 만에 2배가 넘는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 것. ABI리서치는 M2M 접속 건수가 2015년까지 20만건이 넘을 것으로 전망했으며 에릭슨은 무선통신망에 접속하는 단말기가 2014년에는 500억개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양키그룹은 국내 시장이 올해 1조6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M2M 산업의 시초는 어디일까. 바로 유럽이다. 유럽은 각 나라마다 러시아 유전으로부터 송유관이 넓게 연결돼 있다. 이런 유럽 국가들의 가장 큰 골칫덩이는 `석유도둑`이었다. 넓은 지역을 관통하다 보니 송유관을 일일이 감시할 수 없어 조그만 구멍을 뚫어 오일을 가로채는 일이 빈번했다. 유럽에는 석유도둑을 근절하는 해결책의 하나로 센서가 탑재된 3G 통신망을 송유관 곳곳에 설치했다. 오일이 중간에 새는 것을 관리하는 사업을 신규로 만든 것이다. 이런 크로스오버 산업이 M2M으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M2M으로 가장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는 산업 분야는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세 가지를 손꼽는다.

우선 자동차 산업이다. 이미 상용화돼 있는 정속운행장치 크루즈 컨트롤은 M2M 기술을 사용한 것이다. 더 진화된 IT 통신 기능을 적용한다면 자동 운전 제어도 가능하다. 자동차 측면이나 전후면에 레이더 통신모듈을 장착하고 충돌방지 기능을 실현하면 자동차 대 자동차 통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듈을 이용해 자동차 간격을 조절, 운행하면 된다.

또 자동차 내 인프라 기능을 활용해 도착지까지 경로정보에 차량 트래픽 정보를 종합, 분석해 최적 도로 주행시간과 상황을 출력할 수 있다. 아울러 배기장치에 통신센서를 부착해 최소 가스만 유출토록 명령하는 것도 가능하다.

두 번째는 헬스케어 분야다. 현재 병원 시스템은 환자 위급상황을 모두 중앙제어실에서 컨트롤하기 어렵다. 하지만 환자 몸에 센서를 부착한다면 중앙제어실에서 모든 통제가 가능하고 긴급상황 발생 시 의사가 바로 해결 가능하다.

의사 스마트폰과 중앙제어실 컴퓨터가 연계돼 있다면 의사가 외근 중이라도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도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노인도 통신모듈이 장착된 의료기기를 통해 원격진료가 가능해진다.

세 번째는 전력 산업이다. 지난해 9월 발생했던 강남지역 정전 사태는 수십년 전 만들어놓은 매뉴얼을 그대로 적용해 생긴 문제였다. 기후변화 등을 전혀 감안하지 못한 것. 하지만 스마트그리드와 같이 IT 통신 기능과 전력 시스템을 결합한 서비스를 구현하면 이런 문제점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날씨 정보나 기후 변화와 같은 예기치 않은 정보를 감안한 전력 예측 사용량을 추측해냄으로써 전력 블랙아웃과 같은 최악의 사건을 피해 나갈 수 있게 된다. 또 집 안에서는 전력 회사가 공급하는 전력이 어느 시간대에 가장 저렴한지 세탁기나 냉장고 등 가전이 스스로 파악해 적정한 요금 시간대에 전력 사용량을 늘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전력회사는 지역별 시간별 분배가 가능해 전력 사용 평준화와 에너지 절약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기존 통신 기능은 인간과 인간의 통화나 인간이 인터넷에 접근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타 산업에 영향을 준다. M2M은 인류 생활을 더욱 더 편안하게 구가할 수 있는 훌륭한 역할을 수행한다.

통신과 IT는 타 산업과 크로스오버로 하나뿐인 지구 수명 단축을 막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효율적 생산성을 높이는 일에도 기여한다. 인간이 상상했던 것을 통신 네트워크와 스마트기기로 해결 가능한 세상이 온 것이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