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에 고압적인 애플

“차라리 앱스토어 서비스를 포기하려고 합니다.”

“슈퍼 울트라 갑이 따로 없습니다.”

최근 애플로부터 앱 업데이트를 거부당한 업계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벤처기업이 대부분인 모바일 메신저업계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거칠 것 없었던 방송사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이들의 가장 큰 불만은 애플의 고압적인 자세였다. 새로 개발한 앱이나 업데이트 프로그램이 승인 받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명확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재승인을 받기 위해 마치 수수께끼 풀듯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게 무척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애플이 지난 주 운용체계(OS) 업데이트를 통해 개인정보보호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하자 전자신문에는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바뀌는 애플의 개발자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식으로 프로그램을 개편해야 하는지 등을 물어보는 전화였다.

사실 이 같은 전화는 애플에 직접 물어봐야 할 질문들이었다. 그럼에도 언론사로 전화를 건 이유는 단적으로 애플과 소통이 얼마나 힘든지 보여줬다. 개발사는 현재 애플 본사와 직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는 구조여서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된다고 귀띔했다.

최근 모바일 메신저와 방송사앱 업데이트가 잇따라 거부된 데에는 분명한 이유와 명분이 있다. 모바일 메신저는 개인정보보호 강화가, 방송사 앱은 새로 적용한 인앱(in-app) 구매 제도 준수가 근거가 됐다. 두 가지 모두 충분한 설명과 합의과정을 거치면 무난히 넘어갈 수 있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애플은 개발사들의 표현대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다 마치 `악덕 기업`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자초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에 비하면 별 볼일 없는 시장일 수 있다. 그래도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하물며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지구촌 곳곳으로 실시간 정보와 소문이 퍼지는 세상이다. 세계 1등 기업 애플은 좀 더 겸손해져야 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