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을 공부한 학자가 지리를 잘 모른다는 어린 왕자의 역설. 지리를 발로 걸으면서 공부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요리조리 머리만 굴린다. 지리는 발로 걸어봐야 피부로 느끼고 몸으로 터득된다. 교육학자가 교육현장을 발로 뛰면서 현장의 아픔을 이해하지 않고 창백한 연구실에서 논리적으로 공부만 한다. 경영학자가 경영현장의 아픔을 몸으로 이해하지 않고 경영학적 논리로 경영현장을 재단한다. 우리는 언제부터 몸을 움직이지 않고 책상에 앉아서 또는 텅 빈 방안에서 생각하고 고민만 한다.
`지리(地理)`에 `학(學)`이 붙어 `지리학(地理學)`이 되고, `경영(經營)`에 `학(學)`이 붙어 `경영학(經營學)`이 탄생하며, `교육(敎育)`에 `학(學)`이 붙어 `교육학(敎育學)`이 탄생하면서 지리와 경영, 그리고 교육현장과 거리가 먼 이론(理論)이 대량 양산되면서 현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이상(異常)한 논리(論理), 이론(異論)이 탄생된다. 그래서 사람들이 `학`을 떼는 경우가 많다.
지리와 경영, 그리고 교육을 공부하면 공부할수록 학문적 탐구 대상이 현장과 격리된 학문이 전문화되면서 더욱 더 심각한 문제점을 낳고 있다. 위대한 철학도 걷기에서 자신의 철학을 정립했다. 걷는다는 것은 침묵을 횡단하는 것이며 주위에서 울려오는 소리들을 음미하고 즐기는 것이다. `걷기예찬`이라는 책을 쓴 다비드 르 브르통의 말이다. 걸으면서 자신과 대화하고 주변 사물과 대화를 하면 놀랍게도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내 목소리가 들리고 사물이 말을 걸어온다. 걸으면 몸이 움직이고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몸이 쉬고 있으면 마음이 바쁘고, 몸이 움직이면 마음이 쉰다. 걷는다는 것은 머리와 가슴으로 하여금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나는 천천히 걷지만 절대로 뒷걸음질 치지 않는다”는 링컨의 말을 기억하는 것이다. 걷다보면 생각이 열리고 고민이 해결되며 분노가 가라앉는다. 생각의 발로는 발로부터 열린다. 걸으면 길이 열리고 생각이 열리며 마음도 열린다. 열린 생각과 마음으로 어제와 다른 길을 열어보자.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