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아블로3와 샤넬백

“샤넬이 12년 동안 핸드백을 만들지 않다가 갑자기 신제품을 내놓은 거야.”

`디아블로3` 열풍을 이해시키기 위해 남자가 여자에게 했다는 말이 인터넷에서 화제다.

이 얘기는 한동안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디아블로3가 최고 명품인 `샤넬`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디아블로3를 게임 업계 명품에 견주는 비유는 적절하다.

개발사 블리자드는 장인정신으로 유명하다. 개발 과정에서 원하는 완성도가 나오지 않으면 아무리 팬이 성화를 부려도 게임을 내놓지 않는다. 블리자드를 게임 업계 `애플`이나 `디즈니`로 부르는 것도 `명품 게임` 개발 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샤테크`라는 말처럼 디아블로3 광풍의 이면도 살펴야 한다.

`샤테크`란 샤넬 백은 사두면 언제고 되팔 때 이득을 본다는 의미다. 실용보다 `이름값`에 무게감이 쏠린다.

디아블로3도 마찬가지다. 실제 게임을 즐기려는 사람보다 한정판을 구매해 되파는 과정에서 웃돈을 챙기려는 사람이 적지 않다. 10년 전 디아블로 출시와 함께 한 즐거움의 향수를 그리워했지만 한정판을 사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3040 게이머도 많았다.

`중독`의 대명사였던 게임이 `명품` 대우를 받는 현상은 반갑지만, 이른바 외산 게임 점유율이 절반을 넘으며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사실상 해외 게임사에 안방을 내준 셈이다. 국산 게임 위축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온갖 규제로 몸살을 앓았던 국내 게임 업계는 기지개도 못 편다. 블리자드처럼 수백억원 투자를 장담할 수 없다. 중견 게임사들의 상반기 실적은 하릴없이 꺾였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겨우 적자를 면한 기업도 있다. `벙어리 냉가슴` 앓는데, 또 누군가 “왜 우리는 디아블로 같은 게임을 못 만드나”라고 툭 던지지 않을지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명품`을 만들려면 장기 투자가 필수다. `장인`에 대한 존경과 오랜 인내심, 사회 전반의 지지도 필요하다. 우리 게임 산업에도 그런 투자나 지지, 인내가 절실하다.

김명희 콘텐츠산업부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