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설립한 한국전력 국제원자력대학원(KINGS)이 수강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원전 수주를 계기로 원전 관련 선진국의 인력 노후화와 개발도상국 신규인력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임원급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으로 시작했지만 첫 성적표는 기대 이하다.
전력그룹사에 따르면 올해 KINGS 교육생은 54명으로 당초 계획했던 모집인원인 100명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그나마도 32명이 내국인이고 이중 28명은 한국전력 계열 발전자회사 근무자다. 석탄화력 발전 업무에 종사해야 할 실무자들이 원전 임원 교육을 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KINGS는 설립당시 내국인 50명, 외국인 50명으로 구성된 총 100명의 수강생으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예상보다 원전 교육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았고, 터키·베트남 등 원전 도입 예상국의 참여도 저조하면서 내년도 교육생 선발 전망도 불투명하다. 현재 교육생 중 외국인은 모두 22명. 첫 원전 수출 지역으로 많은 교육생이 올 것으로 예상됐던 UAE에서도 한 명의 교육생만 왔을 뿐이다.
KINGS는 사업 첫 해로 국제적 홍보가 부족했고 커리큘럼의 신뢰도 검증이 아직 되지 않아서 교육생 모집이 어려웠다는데 부진의 이유를 찾고 있다. 내년도 신입생 선발에서는 적극적인 홍보와 원전 도입 예상국 정부와 관련 기관을 상대로 협조를 요청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원전산업이 침체기를 맞고 있는 데다, 한국수력원자력의 납품비리 문제로 국내 원전 이미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은 터라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터키·베트남 등 수위계약을 제외하면 1년 넘게 국제 원전 입찰은 나오지 않고 있다. 한수원 문제도 국제시장에선 100% 지분관계에 따라 사실상 한전이 책임져야 하는 일로 평가받는 것도 수강생 모집엔 악재다. 여기에 1000만원에 가까운 수강료도 부담이다.
발전자회사들은 내년에도 올해와 마찬가지로 KINGS의 교육생 대부분이 발전자회사 직원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상 KINGS 사업을 발전자회사들이 보조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전력부족과 함께 연일 비상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비와 함께 담당 실무자급 인원의 공백은 그 어느 때보다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매일 비상에 설비 정비시간도 촉박한 시기에 석탄발전사가 원자력 교육에 직원을 파견하는 건 비효율적”이라며 “사업 초기 공통분담도 필요하겠지만 KINGS 당초 계획처럼 민간과 해외 임원급 원전 전문가 육성에 중심을 두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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