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은 서막(序幕)이다. 사막은 언제나 서막이다. 사막에는 시작과 끝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시작하면서 끝이 생기고 끝에서 언제나 다시 시작한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나고 내가 곧 길인 곳이 사막이다. 사막에는 정해져 있는 길이 없다. 내가 가면 언제나 새로운 서막이 시작된다. 인생을 다시 출발하고 싶은 사람, 사막에 가서 인생의 서막을 시작하면 어떨까. 사막은 막막(寞寞)하다.
사막은 어디로 가야할지 삭막(朔漠)하기 그지없지만, 목적의식과 방향감을 잃지 않고 기다리는 여유를 즐기다보면 한 줄기 서광을 찾을 수 있다. 사막은 망망대해의 모래 바다가 펼쳐지지만 대책 없이 막막하지만은 않다. 광활한 모래사장 끝에서 신기루(蜃氣樓)를 만나 부푼 꿈을 안고 다시 출발할 수 있는 무한 가능성의 무대다. 인생이 막막하다고 좌절하고 절망한 사람들이여, 망망대해의 모래사장에서 극한의 막막함에 한없이 울어보고 온몸으로 버텨본다면 어떨까. 아무리 막막해도 인생을 막 살지 않으려면 극한의 막막함에 내 몸을 던져봐야 한다.
사막은 적막(寂寞)하다. 사막의 낮은 막막(寞寞)하지만 사막의 밤은 적막하다. 걸어도 걸어도 얼마나 걸어야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 막막한 사막. 밤이 되면 사막은 짙은 어둠에 묻힌 채 밤하늘의 별만 반짝일 뿐이다. 적막해야 고독함이 밀려오고 고독해야 위대한 창작의 원동력이 마련된다. 소음으로 가득한 세상을 등지고 사막에서 맞이하는 적막한 밤, 오직 나와 침묵 속에서 대면하는 위대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사막에도 주막(酒幕)이 있다. 사막에는 오아시스라는 주막이 있다. 목마른 자에게 한 모금의 물은 꿀보다 맛있다. 심한 갈증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한 방울의 물은 더 없이 소중한 갈증 해소제다. 오랜 길을 걸으면서 피곤한 사람에게 주막에서 마시는 한 잔의 술은 그 어떤 에너지 충전제보다 강력한 피로 회복제다. 인생의 다른 맛을 느끼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막에 가서 오아시스를 만나라! 목마름 끝에 만나는 사막의 오아시스는 피곤함 끝에 만나는 주막과도 같다.
(유영만 교수는 지난 28일부터 11월 3일까지 7일간 사하라 사막에서 250㎞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