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사온 제품의 국내 재판매, 불법일까?

해외에서 구매한 제품을 국내에서 재판매하면 합법일까 불법일까. 지금 미국에서 이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출판사, 음반사 등 저작권자들은 국내와 해외 가격이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이베이 등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한번 산 물건은 구매자 마음대로 처분해도 된다는 입장이다. 누구 말이 맞을까. 오늘 현지 대법원에서 판결이 갈린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각)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캘리포니아 교과서 재판매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된다.

이 재판은 태국 유학생 수팝 커트생이 미국 대학 교과서 8종을 태국에 거주하는 친인척을 통해 구입해 이를 이베이에서 재판매한 것에 대한 법적 분쟁을 정리하는 것이 골자다. 커트생은 동일한 책이 태국에서 더 싸게 팔리는 것을 알고 이를 구입해 되판 것이다. 지금까지 500권을 팔아 9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문제는 저작권자 존윌리앤드손 출판사가 이를 발견, 커트생을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하급 재판부는 출판사 손을 들어주고 커트생에게 60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른바 `퍼스트 세일 독트린`이 해외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퍼스트 세일 독트린이란 한 번 판매된 제품에 대해 원 저작권자는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는 원칙으로,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이 원칙에 의거 재판매가 자유롭다. 그러나 재판부는 해외에서 생산되거나 판매한 제품에는 이 원칙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격이 싼 지역에서 제품을 들여오면 미국 내 원저작권자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이유에서다.

논쟁은 재판매가 많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확산됐다. 힐러리 브릴 이베이 글로벌 법무자문위원은 “이베이의 입장은 단호하다”면서 “누군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진품을 구입했다면 그 제품에 대한 권리는 구매자에게 귀속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버스탁닷컴의 마크 그리핀 법무자문위원 역시 “이 같은 판결은 저작권 제품 판매가 많은 온라인 유통업체들에 큰 짐”이라면서 “지적재산권에 대한 퇴보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0년에도 코스트코의 재판매 문제가 대법원 판결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러나 당시 9명의 대법관 가운데 1명이 공석이어서 4대 4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