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U 설립 147년만에 양분 위기…인터넷 통제권 놓고 첨예한 이견 표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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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U 설립 147년만에 양분 위기…인터넷 통제권 놓고 첨예한 이견 표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대표 국제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설립 147년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전통적으로 담당해왔던 전기통신 분야 이외에 인터넷을 관장하는 권한과 이를 위한 새로운 국제조약을 만들자는 움직임에 193개 회원국이 머리를 맞댔으나 치열한 찬반 논쟁에 양분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10일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각 국 정부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3일 두바이에서 개막한 `ITU 국제전기통신세계회의(WCIT 2012)`가 참석자들의 전례 없는 이견 표출에 당초 예정한 결론 도출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회의는 1988년 제정된 국제전기통신규칙(ITRs)을 인터넷·모바일 등 변화된 환경에 맞춰 개정하는 것이 핵심 이슈다. 인터넷 트래픽이 전화 통화량을 넘어선 상황에서 ITU에 인터넷 관리 권한을 부여해 국경을 넘나드는 트래픽에 대한 과세, 내용 검열, 망중립성 논쟁을 해결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대한 근거 마련이다.

문제는 새로운 국제조약의 범위를 유선과 이동통신 등 전통적 통신회사들에 국한하고 구글과 같은 인터넷 회사들은 제외하자는 제안에서 불거졌다. 여기에 일부 아랍국가와 러시아, 중국 등이 인터넷 규제권까지 포함된 새로운 국제조약 개정안을 선수를 치고 발표하면서 찬반을 놓고 격돌하는 모양세가 됐다.

ITU에 인터넷 관장 권한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은 러시아가 주축이 돼 세력을 규합하면서 회의 전부터 상당한 논란을 예고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총리시절인 지난해 6월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가 인터넷 통제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회의 안건 상정을 주도했다.

강력한 규제권을 요구하는 국가들은 국가 안위를 위해 인터넷 검열이 필수적이고 폐쇄권한을 가져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미국에 본부를 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를 중립 국가로 옮겨야한다는 요구도 내놓았다.

반면에 미국은 회의에 앞서 다각도로 의견을 수렴하고 “인터넷에 대한 정부의 통제권한을 급속도로 강화하려는 어떤 합의에도 서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도 시종일관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EU를 중심으로 구글과 페이스북 등 조세 회피를 하고 있는 인터넷기업에 대한 제재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어 미국의 움직임에 쉽게 합의가 모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외신들의 전망이다.

로이터는 “양측의 비타협적인 태도는 결국 표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이렇게되면 미국의 의견이 소수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