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2.0]스타트업의 새로운 젖줄 `크라우드펀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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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자금 조달이다. 기술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사업화할 자금이 부족한 게 대다수 스타트업 현실이다. 대안은 투자 유치지만 쉽지 않다. 벤처캐피털(VC) 대다수가 안정성을 이유로 상장 전 기업에만 투자한다. `벤처 어게인`을 부르짖는 정부가 모태펀드를 통해 초기 기업 투자를 늘리고 엔젤투자 확대를 위해 노력하지만 현장의 갈증이 풀리지 않고 있다.

[스타트업 2.0]스타트업의 새로운 젖줄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나섰다. 사진은 한국크라우드펀딩 기업 협의회 발대식 모습.
크라우드 펀딩 활성화를 위해 업계가 나섰다. 사진은 한국크라우드펀딩 기업 협의회 발대식 모습.

스타트업의 새 자금줄로 부상한 게 바로 `크라우드 펀딩`이다. 미국이 `잡스법(JOBS act: Jumpstart Our Business Startups)` 시행으로 초기 기업이 대중에게 투자자금을 유치할 수 있는 통로를 열은 후 일본과 우리나라에서도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를 위한 논의가 한창이다.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은 말 그대로 `대중(Crowd)에게 자금을 모으는 것(Funding)`을 말한다. 한 가지 특징이라면 자금을 모으는 통로가 온라인이란 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네 가지 방식으로 구분된다. △대중에게 자금을 모은 후 이자를 지급하는 대출방식 △자금을 모은 후 현물로 보상하는 리워드방식 △순수 기부를 목적으로 하는 기부형 방식 △기업 지분에 투자하는 지분투자형 방식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제 법제화 준비가 한창이지만 해외에선 이미 크라우드 펀딩을 활용한 자금 모금이 한창이다. `크라우드소싱 LLC`가 매년 발간하는 `크라우드 펀딩 산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세계적으로 452개에 이른다. 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800만 달러 수준이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미국에 191개 크라우드 펀딩 업체가 운영되고 영국이 44개, 네덜란드 29개 순이다.

활동 중인 크라우드 펀딩 회사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미국의 `킥스타터(Kickstarter)`다. 2009년 시작된 킥스타터는 현재까지 9만1000여개 이상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중 43.7%가 모금에 성공했다. 영국의 `크라우드큐브(Crowdcube)` 2011년 설립 이후 현재까지 500만파운드 이상을 모금해 30여개 스타트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네덜란드 `심비드(Symbid)`는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세계 전역에서 총 684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글로벌에서 활동하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점차 영역을 세분화하는 추세다. 미국의 `서클업(CircleUp)`은 소비재에, `그린유나이트(GreenUnite)`는 녹색 산업에, `앱스펀더(Appsfunder)`는 모바일앱에, `뉴젤리(New Jelly)`는 예술가에게 집중하고 있다. 특정 카테고리에 초점을 맞춘 크라우드 펀딩 업체는 해당 분야 경험 많은 전문가 집단으로 이뤄진다. 이들 업체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 뿐 아니라 투자 후 인큐베이팅 역할을 수행하며 투자 성공을 높이고 있다.

국내에는 크라우드 펀딩 업체 10여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자금을 모금한 후 높은 이자를 제공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원금을 상환하는 대출형 방식의 규모가 가장 컸다. 리워드와 기부 방식으로 문화예술 공연 등을 후원하는 업체도 속속 등장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모두 크라우드 펀딩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근거가 없어 활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벤처 육성을 위해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가 논의되면서 업계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한 `한국 크라우드펀딩 기업 협의회`도 발족됐다. 이번 기회에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협의회 목표다.

기부·리워드·대출·지분투자 방식 중 스타트업 자금 조달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지분투자 방식이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대중이 스타트업 지분을 매입하는 진정한 의미의 엔젤 투자다. 관건은 온라인을 통한 지분 매입이 가능해지느냐다. 법제화를 통해 가능해진다면 기존 업체 상당수가 지분투자 플랫폼으로 변신할 전망이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도 등장했다. `오픈트레이드`와 `데모데이`가 그 주인공이다. 두 업체 모두 온라인에서 스타트업 정보를 제공하고 투자를 중개한다.

오픈트레이드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과 팀원, 재무 상황, 진행상황 등을 꾸준히 업데이트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다. 엔젤과 법인 투자자는 스타트업이 올리는 정보를 바탕으로 관심 기업 정보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며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 오픈트레이드에는 예비창업자 317팀, 스타트업 175개팀, 개인투자자 371팀, 법인투자자 61개팀이 등록돼 있다.

데모데이는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VC)의 오프라인 만남을 연결하는 `프리미엄 펀딩`과 스타트업이 자유롭게 투자를 요청하고 직접 투자자와 만나는 `펀딩` 서비스를 제공한다. 프리미엄 펀딩은 사업계획서 수정·보완부터 오프라인 사업 설명회까지 투자유치와 관련된 모든 절차를 데모데이가 지원한다. 데모데이에는 스타트업 2000개팀, 벤처캐피털 20개, 엔젤클럽 50개가 등록돼 있다. 오픈트레이드와 데모데이 모두 지분투자형 크라우드 펀딩을 표방하지만 관련 법 부재로 실제 투자는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진행하고 있다. 데모데이를 운영 중인 나승국 엔젤들 대표는 “스타트업 자금 지원을 위해 정부가 크라우드 펀딩 법제화를 서둘러야 한다”며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 피해를 우려한 규제보다는 스타트업 지원과 벤처활성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표]국내 주요 크라우드 펀딩 업체
(자료 : 오픈트레이드)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