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곤충의 장에 서식하는 공생균(共生菌)의 생존 비밀을 풀었다.
이복률 부산대 약대 교수 연구팀은 공생균이 장에서 살아남는 데 필요한 공생인자(共生因子)를 밝힌 것으로 1000여종에 이르는 인체 내 공생균 연구와 친환경 농작물 해충방제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 글로벌연구실사업의 지원 아래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 후카Tm 박사 연구팀과 국제공동연구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0일자에 실렸다.
장내 공생균은 숙주(宿主)가 얻지 못하는 영양분을 확보하거나 숙주의 면역력을 높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로 인해 숙주와의 공생 관계에 관한 분자적 메커니즘 연구가 활발하다.
하지만 공생균은 숙주의 특정세포에서만 살 수 있어 시험관 배양이 어렵고 무수히 많은 공생균 중에 배양 가능한 종을 분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복률 교수팀은 콩이나 벼의 즙액을 빨아먹는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와 그 장에 서식하는 공생균 벅홀데리아의 공생모델 시스템을 구축했다. 노린재의 장에는 공생균 벅홀데리아만 살고 있어 추출과 시험관 배양 시스템 구축이 가능했다.
이 교수팀은 세포내 알갱이 형태로 존재하는 미생물 폴리에스테르 PHA가 노린재의 장내에서 벅홀데리아의 생존에 필수인자임을 밝혀냈다.
연구팀이 PHA에 주목한 것은 실험실에서 독립적으로 배양한 경우와 달리 곤충의 장에 있는 공생균에는 PHA를 구성하는 단백질(Phasin)이 유독 많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PHA를 만들지 못하는 돌연변이 공생균의 경우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온도가 높아지는 등 환경 변화에 노출되면 잘 생존하지 못했다.
또 이 교수팀은 PHA가 없는 돌연변이 공생균에 감염된 곤충이 성장은 느리고 몸집도 작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복률 교수는 “곤충의 공생균과 인간의 공생균은 무관하지 않아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초연구에 기여할 수 있다”며 “톱다리 개미허리 노린재는 농작물 재배에 피해를 주는 해충이기에 환경친화적 해충조절 방법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말했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