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즌이 보다폰과 결별한다. 미국 1위 통신사 버라이즌은 보다폰이 가진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 전체를 인수한다. 21세기 들어 가장 큰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버라이즌이 영국 보다폰이 보유한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을 1300억달러(약 144조원)에 인수한다고 보도했다. 버라이즌이 버라이즌와이어리스를 100% 자회사로 편입한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2000년 버라이즌과 보다폰의 55 대 45 합작 투자로 설립됐다. 버라이즌과 보다폰은 주식 매매에 합의했으며 이사회 승인을 남겼다. 보다폰은 30일 이사회를 열었으며 버라이즌은 2일 개최한다. 버라이즌은 현금, 주식, 기타 거래 등을 동원해 지분 매수 대금을 지급한다.
보다폰은 이 자금을 활용해 이탈리아 인터넷서비스기업 패스트웹 SpA 인수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다폰은 유럽 경기 침체와 경쟁 심화로 매출이 줄면서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지분을 줄이라는 압박을 받았다.
◇뉴스의 눈
지분 인수로 버라이즌은 완벽한 유·무선 통합 기업으로 변신한다. 버라이즌의 주요 사업인 초고속 인터넷은 시들한 반면 버라이즌와이어리스의 이동통신 비중이 높아졌다. 버라이즌이 경쟁이 치열한 미국 이통시장에서 1위를 유지하려면 버라이즌와이어리스 완전 인수가 절실했다.
보다폰 눈치를 보지 않고 신속하게 4G 네트워크에 투자하고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버라이즌은 지분 인수로 미국을 넘어 캐나다까지 4G 서비스 영향력을 확대해 명실상부한 북미 1위 사업자 위치를 굳힐 전망이다.
케빈 스미슨 맥퀴아리 캐피털 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에 “버라이즌와이어리스는 가입자 1억명을 보유한 최대 이동통신사”라며 “버라이즌은 미국과 캐나다에 각종 서비스와 주파수 거래에 보다 유연하게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통신 시장은 성장둔화에도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특히, 후발 사업자 공세가 거세다. 일본 소프트뱅크가 3위 스프린트를 인수했으며 위성방송사업자 디시 네트워크가 무선 시장 진출을 호시탐탐 노린다. 올 초 T모바일과 메트로PCS가 합병한 후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발표했다. 버라이즌의 최대 경쟁사인 AT&T는 7월 선불 이동통신사업자 리프 와이어리스 인터내셔널을 인수했다. AT&T는 또 다른 투자처를 물색 중이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