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주년 창간기획]기업 M&A, 왜 절반은 실패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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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M&A의 절반은 실패하는가.`

지난해 9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기사 제목이다. 포브스는 기업 M&A를 동전 던지기 게임에 비유했다. M&A가 앞면과 뒷면, 50% 확률에 베팅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50%밖에 안 되는 성공 확률에 엄청난 돈과 시간, 기업 미래를 거는 M&A는 위험하기 짝이 없다.

기업 경영과 도박이란 말은 절대 어울리지 않는다. 사실 절반의 가능성을 보고 M&A에 나서는 기업은 없다. 기업 인수로 뚜렷한 도약을 기대한다. 인수 단계에서는 거대한 성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던 M&A가 실패하는 이유를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과유불급

기업의 `조급함`이 실패의 출발이다. 이른 시간 내 M&A를 성공시켜 커다란 효과를 얻으려는 욕심이 문제다. 배경에는 위기감과 최고경영자(CEO)의 단기성과주의가 있다.

PDP TV 사업 실패로 입지가 흔들린 파나소닉은 위기 탈출 해법으로 M&A를 선택했다.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하고자 업계 1위 산요를 94억달러(약 10조2000억원)에 인수했다. 원하는 이차전지 사업을 강화했지만 그 대가로 기존 사업과 겹치는 가전 부문까지 함께 인수하는 부담을 떠안았다.

당시 오쓰보 후미오 CEO는 “산요를 인수하지 않으면 기업 미래를 장담하기 어려웠다”는 말로 불리한 조건에 M&A를 성사시킨 이유를 설명했다.

파나소닉은 기대와 달리 이차전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고 지난해 산요 관련 영업권 2500억엔(약 2조7200억원)을 일시에 상각했다. 지난해 적자는 7000억엔(약 7조6200억원)에 달했고 산요 가전 사업은 중국 하이얼에 매각했다.

HP는 2005년 이후 CEO가 다섯 번 교체됐다. 새로운 CEO는 롱런을 하려 단기성과를 원했고 대안은 M&A였다. 하지만 인수에 충분한 시간을 들이지 않은 M&A는 실패로 이어졌다. 전임 CEO 칼리 피오리나와 아포데커는 각각 컴팩과 오토노미 인수 실패에 따른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오토노미는 역대 최악의 M&A 중 하나로 꼽힌다.

◇이해 부족

상대의 이해 부족은 실패로 연결된다. 파나소닉은 산요 인수로 재기를 노렸지만 원하는 효과를 얻지 못했다. 같은 전자회사처럼 보였지만 파나소닉과 산요는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달랐다.

파나소닉은 소비자에게 완제품을 파는 B2C 기업이지만 산요는 제조사에 부품을 파는 B2B 기업이다. 파나소닉은 주로 일본 내수 시장에 집중했지만 산요 고객은 글로벌 제조사다. 글로벌 영업력이 없는 파나소닉은 산요 인수에 성공했지만 정작 활용에는 실패했다.

상대의 몰이해는 종종 무리한 통합으로 이어진다. 상대 기업 문화와 변화에 따른 구성원의 동요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기존 절차와 방식을 인수 기업에 무리하게 적용한다. 한때 미국 기업 인수에 적극적이던 국내 대기업이 흔히 저지른 실수다. 무리한 통합은 자칫 점령군의 폭력으로 여겨지고 핵심 인력 이탈로 이어지며 M&A 효과를 반감시킨다.

◇역량 오판

자신의 역량에 냉정한 판단이 부족한 것도 이유다. 적을 알기 전에 먼저 나를 아는 것은 특히 동종이 아닌 이종기업 인수에 중요하다. 동종기업 M&A 경험을 이종기업 인수전에 적용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이전 성공의 맹신으로 똑같은 프로세스와 똑같은 기준으로 이종기업 인수에 나서고 비슷한 통합 과정을 적용한다. 기존 역량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오판이다. 결과는 뻔하다.

하드웨어 기업으로 검색 업체를 산 HP, 전자상거래와 직접 관계없는 메신저 서비스를 선택한 이베이, B2B 경험 없이 인수에 나선 파나소닉 등은 자신의 역량을 오판해 수용 가능한 변화 범위를 넘어섰고 결국 실패를 맛봤다. M&A로 파생되는 변화와 충격을 원활하게 흡수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냉정한 성찰이 필요하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