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이폰, 발매 첫 주말 판매량 900만대…불티? 허상?

아이폰5S, 시장 커졌는데도 아이폰5와 비슷한 판매량

새 아이폰, 발매 첫 주말 판매량 900만대…불티? 허상?

애플의 새 아이폰이 지난 주말에만 900만대의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7년 연속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며 주식 시장에서도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당장 공개된 수치만 놓고 보면 전망은 밝아 보인다. 애플은 출고 첫 주말인 지난 20일~22일에만 아이폰5S와 아이폰5C가 900만대 판매됐다고 23일(현지시각) 밝혔다. 500만~800만 대가 팔릴 것이라던 시장의 기존 예측을 뛰어넘는 수치다.

과거 모델들과 비교해도 괄목할 만한 성과다. 발매 첫 주말 아이폰4S는 400만대, 아이폰5는 500만대가 팔렸다. 같은 기간 동안 2배 가까운 물량을 팔아치운 셈이다. 품귀 현상을 빚었던 아이폰5S 샴페인 골드 색상은 경매 사이트 E-베이에서 1만100달러(약 1086만원)에 낙찰되기도 했다. 판매 호조에 힘입어 주가도 전일 대비 4.97% 상승했다.

그러나 이 수치가 허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인사이더 인텔리전스는 지난 주말 판매된 900만대 중 710만대가 아이폰5S라고 추정했다. 이는 아이폰5와 비슷하거나 그보다 못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아이폰5는 1차 출시국인 9개 나라에서 500만대가 팔렸고, 이후 중국에서 발매된 첫 주말에 200만대가 팔렸다. 중국 시장까지 포함해 700만대가 팔렸다는 얘기다. 아이폰5S의 추정 판매량과 같다. 아이폰5S는 중국을 포함한 11개국에서 1차 출시됐다.

실제 이 같은 판매량은 마케팅 전략의 승리라는 분석이 많다. 제품 자체가 많이 판매됐다기 보다는 시장이 커졌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번 신제품 발매에서 1차 출시국을 기존 9개국에서 11개국으로 늘렸다. 이 11개국에는 거대 신흥 시장인 중국이 처음으로 포함됐다. 일본 최대의 이동통신사 NTT도코모가 아이폰을 취급하기로 한 것도 주효했다. 아이폰5S는 이처럼 시장이 커졌는데도 아이폰5와 비슷한 판매량을 기록한 셈이다. 이렇게 보면 판매 ‘약진’이 아니라 ‘부진’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다.

여전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아이폰5C도 골칫덩어리다. 지난 주말 아이폰5C는 아이폰5S의 3분의1 가량 밖에 팔리지 못했다. 초기 구매자들이 최신 사양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해도 신제품의 초판 물량이라고 하기엔 너무 적다. 중국 시장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낮은 스펙과 두껍고 무거워진 본체, 기대만큼 싸지 않은 가격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아이폰5C가 계속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애플 주가는 판매량 발표 직후 급등했지만 주당 500달러 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이 회사 주가는 신제품 발표 직전인 9일 506.17달러까지 올랐다가 제품에 대한 실망으로 인해 지속적으로 하락해왔다. 이번 판매 실적 발표와 그에 따른 주가 상승이 반전의 기회인 셈이다. 반대로 이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면 그마저도 거품이었다는 오명을 피하기 어렵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트렌드팀

송준영기자 dreamer091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