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유해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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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해롭나

송전탑으로부터 발생하는 전자계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밀양 일부 주민도 건설 중인 송전선로 유해성을 지적하며 건설을 반대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는 아직 없다. 지금까지 공식적인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제한적 거리 내 송전선로로부터 발생하는 전자계는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학계 조사 결과 역시 송전선로 전자계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이슈분석]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유해한가
[이슈분석]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유해한가
[이슈분석]송전탑 전자계, 인체에 유해한가

◇과학적 연구결과 주목

전자계의 인체 유해성에 대한 관심은 지난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력선 인근에서 어린이 소아암 발생이 높다는 미국의 한 역학연구 발표가 기폭제다. 이후 30여년 간 국제 연구가 있었으나 아직 유해성 근거를 찾지 못한 상태다. 개별적으로 진행된 여러 연구 역시 명확한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8개 국제기구, 8개 국제협력 연구기관, 세계 54개국이 공동 참여하는 `국제 전자계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지난 1996년부터 2007년까지 12년간 연구를 수행했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 `일반대중이 노출되는 극저주파 전계와 관련해 건강문제는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자계의 경우 높은 레벨의 강한 노출은 생체물리학적 영향이 있어 국제노출가이드라인(일반인:83.3〃T 직업인:416.7〃T)을 준수하도록 권고했다.

장기 노출에 대한 유해성 여부는 역학적 증거가 미약하고 낮은 수준의 자계노출에 암이 진전된다는 내용도 밝혀지지 않았다. WHO 가이드라인도 이후 동물연구 등을 통해 생체작용 영향이 적다는 결과를 반영, 2010년에 일반인 200μT, 직업인 1000μT로 가이드라인 기준을 완화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6년부터 전자계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진행된 7건의 주요 연구는 `전력설비로부터 발생하는 전자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주목 받는 최근 연구는 안윤옥 서울대 교수가 진행한 `154/345kV 송전선로 주변지역의 암 유병양상 생태학적 역학 조사 연구`다. 연구에서 송전선로 전자계와 50세 이상 간암·위암 발병과의 일부 통계적 상관성이 도출됐다. 하지만 결과는 전자계가 암 발병에 영향을 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통계적 상관성만 확인된 것일 뿐, 전자계와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이 연구에서 소아백혈병 등 대부분의 암 발생이 전자계와 통계적 상관성조차 없는 것으로 결론났다. 연구결과는 지난 8월 12일 일반에게 공개됐다.

◇연구결과 오해 말아야

그럼에도 연구결과 해석에 따른 오해들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11년 국립환경과학원 의뢰로 한양대에서 수행한 `건강위해성 평가를 통한 전자파 관리방안 도출연구`다.

이 연구의 잠정결론은 `전자파(극저주파) 노출로 인한 백혈병 위험의 증거가 제한적이라 전자파와 소아백혈병의 인과관계를 아직 인정할 수 없다`로 요약된다. WHO가 발표한 공식입장을 재확인한 셈이다.

하지만 연구에서 `가정`한 내용들을 토대로 향후 10년간 송전탑으로 인해 최대 38명의 소아백혈병 환자가 발생하고 최대 13명이 사망한다는 추정이 제시됐다.

한 전문가는 “연구결과를 객관적으로 보지 않고 특정부분을 발췌, 임의로 해석해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의견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암연구소(IARC)에서 자계를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논란도 확대 해석의 대표적인 사례다. IARC는 1971년부터 2008년까지 953개의 물질을 평가해 5개 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 중 자계는 `역학적 및 동물실험 결과상 그 증거가 충분하지는 않지만 발암 가능성을 고려하는 물질`인 2B군이다. 2B군에는 오이피클, 커피, 젓갈, 고사리 등도 함께 있다. 즉 발암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음에도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인식에 따라 분류된 군이다.

◇국내 송전선로의 전자계 영향은

국내 송전선의 전자계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한국전력공사가 전국 송전선로 208개소 밑에서 전자계를 측정한 결과 평균 1.94μT로 나타났다. 전압규모별로 765㎸는 평균 1.41μT, 345㎸는 1.98μT, 154㎸는 1.40μT로 측정됐다.

측정 최대 전자계 값은 9.09μT로 이는 국제기준(200μT)의 4.5% 수준이다. 전국 송전선로에서 가장 근접한 아파트·학교·유치원·병원 등의 건물 258개소를 측정한 결과 평균 전자계값은 0.28μT였다. 최대 측정값 역시 8.4μT에 불과했다.

전자계는 흐르는 전류의 양과 거리에 따라 다르다. 전류가 많이 흐르고 전선의 높이가 낮을수록 크게 나타난다. 765㎸ 철탑이 345㎸ 철탑보다 높아 송전철탑 아래 전자계 세기는 345㎸ 철탑이 더 많이 측정될 수도 있다.

전자계는 가전제품에도 발생한다. 모든 가전제품에는 전류가 흘러 전력설비와 동일한 전자계가 발생한다. 가전제품 주변에서 송전선로 아래의 전자계보다 강한 수치가 나타나기도 한다. 비디오, TV, 컴퓨터용 모니터 등은 전자계뿐 아니라 전자파를 발생시킨다. 미국국립환경 건강과학연구소에 따르면 가전제품의 전자계 값은 헤어드라이어(70μT), 전기면도기(50μT), 청소기(20μT) 등이다.

◇생활 속 송전철탑

전력사용이 많은 현대생활에 전력설비는 주거생활과 공존한다. 대다수 선진국가에서도 적지 않은 송전선로가 주택가를 횡단한다. 우리나라에도 전국에 4만개 이상의 송전철탑이 마을 가까이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는 주거용 복합변전소(변전소+아파트)가 있다. 지상은 한전 직원이 거주하는 사택인 동시에 지하는 변전소로 활용된다. 지난 수 십년 동안 변전소에 근무하는 직원, 변전소 위층을 사택으로 이용하는 직원 가족의 전자계 관련 발병사례는 없다.

영국을 비롯한 프랑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전자계 기준을 적용한다. 스위스,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전력설비 신설시 병원, 학교 등 특정 시설물에 한해 국제권고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적용을 권고한다. 그럼에도 주택가 인근에 송전철탑이 지나가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전국 송전선로 직하 측정치(전국 208개소)

가전제품 자계 측정값

자료: 미국 국립환경 건강과학연구소(NIESH)

전자계 국내 연구현황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