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경제론]`중독`에 대하여

양준철 온오프믹스 대표(ceo@onoffmix.co.kr)

요즘 IT업계는 `중독`이 화두다. 국가가 바라는 글로벌 경쟁력이라는 키워드에 가장 걸맞게 성장하는 산업인 게임에 대한 규제성 법안 상정에 대해서 정치권과 산업권이 서로 대치 국면이다. 개인적으로 담배든 술이든 게임이든 중독이 되지 않는 사람으로 과연 중독이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연구와 검증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창업경제론]`중독`에 대하여

그러나 지난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E양의 사건을 보면서 문득 이 중독의 원인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0년 전 이맘때쯤 여러 명의 연예인이 지금과 비슷한 이유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10년 후인 지금 이슈 되는 키워드가 비슷하다. 이유가 뭘까?

`중독`의 사전적 의미 중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 라는 내용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 거창한 것이 아닌 `자극`에 중독되어 있다. 개인의 삶을 영유하고 발전시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세계 경제 상황이나 사회관련 소식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거나 토론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지만 그 반대로 개인의 삶을 영유하고 발전시키는데 전혀 영향을 끼치고 직접적인 문제가 없는 `연예인 관련 루머` 나 `미디어 선정성`에 열광하며 토론하는 경우는 찾기가 참 쉽다.

무엇이 우리를 `자극`에 중독되게 만들었고, 스스로 중독되었는지도 판단할 수 없게 만들었을까? 나는 교육과 미디어에 대한 아쉬움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무책임한 미디어를 통해서 사회의 가치평가 잣대가 변질`되었고, `일관되지 않은 교육을 통해서 자아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TV CF나 드라마를 통해서 방영되는 캐릭터 모습은 자아가 형성된 이들에게는 일탈을 돕는 도구일지 모르지만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이들에게는 자아를 형성하는 기준이 된다. 언제부터 인가 한국 사회가 사람의 가치를 평가하는 방법이 그 사람의 태도와 행동의 기록을 보는 절대평가가 아닌 타인과 비교했을 때 우위를 보는 상대평가나 단순히 `스펙`을 보고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해버렸다.

우리 부모들은 이에 위기감을 느끼고 자신이 갖지 못한 학력이나 배경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식의 미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자신 스스로에 의해서 결정되는 삶이 아닌 부모에 의해서 결정되는 삶을 살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서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기 보다는 다른 이가 옳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쫓게 되었는데 이런 삶을 통해서는 아무런 성취감과 기쁨이라는 자극을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형태의 자극을 쫓기 시작했다. 단 한번이라도 자신 스스로 의지만으로 무언가에 대해서 `성취감`을 느껴본 사람은 `성취감`에 중독되기 때문에 또 다른 성취감을 느끼기 위해서 지속적인 도전을 하고 결과물을 취하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과 청년들은 성장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껴볼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떤 카테고리의 것이든 자극에 노출되었을 때 그것을 거부하기가 쉽지 않다. 게임에서 레벨을 올리거나 등수를 올리는 것만큼 쉽고 빠르게 성취감을 주는 것이 없고, 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이나 영상을 제일 먼저 취득하고 배포하는 것만큼 우월감과 성취감을 주는 것이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통제해야 할 산업은 과연 무엇이고 투자해야 할 산업은 무엇일까?

TV속 걸그룹의 춤사위와 드라마 속 연인의 애정 행위나 예능 속 복장의 선정성에 대해서 침묵하고 신문 웹사이트 속 성인광고 배너에 대해서는 침묵하며 강남역 등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거리에 놓여있는 헐벗은 차림의 여인들의 사진이 담긴 유흥업소 전단지 배포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 게임 캐릭터에 대해서는 강한 잣대를 대고 있다.

통제와 투자에 대한 판단은 냉철하고 명확해야 하는데 무언가 냉철한 머리에서 온 판단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 계신다는 그 분들은 과연 무엇에 `중독`되어 있는 것일까? 아직은 내가 경험치와 레벨이 부족해서 중독을 힐링(치료) 해줄 수 없음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