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린 싱킹(Lean Thinking)

[프리즘]린 싱킹(Lean Thinking)

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다. 며칠 새 신년 계획을 세웠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다. 바로 답을 하지 못했다. 거대한 사업 계획을 세우는 것도 아닌데 아직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이렇게 무계획으로 새해를 맞은 것과 달리 한 남자 후배가 새해 첫 출근일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다며 점심을 먹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의 손에 들린 건 고구마 세 개와 귤 두 개. 건장한 30대 남자가 과연 저것만 먹고 살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들었지만 새해 첫날부터 의지가 굳건했다. 과연 며칠이나 갈까 했는데 일주일째 지키고 있다. 지난해 주고받던 말을 행동으로 바로 옮겼다는 데 의미가 있다.

1990년대 말 닷컴 버블 이후 가장 창업이 활발한 실리콘 밸리에 자주 거론되는 말이 `린 싱킹(Lean Thinking)`이다. 린 싱킹이란 군더더기를 빼고 바로 실행에 옮기는 방식이다. 사업을 계획만하지 말고 실행하라는 것이다. 지금 같은 시대엔 철저한 계획이 오히려 낭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시작하라는 주문이다.

물론 계획 없이 창업할 수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우듯 전통적인 사업계획론에 따라 A부터 Z까지 모두 고려한 창업은 이제 실패할 확률이 높다. 시장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변하고 경쟁자는 셀 수 없이 늘어난다. 아이디어가 있다면 바로 시장에 부딪혀 문제점을 찾아 극복하고 역동적으로 변화해야 살아남는다. 인터넷과 오픈소스881, 크라우드소싱 활성화가 린 싱킹 창업을 돕는다. 인터넷에서 손쉽게 정보를 찾고 오픈소스로 개발 비용을 낮춘다. 크라우드소싱으로 아이디어와 자금을 모은다. 빨리 실행하는 사람에게 길이 열린다.

린 싱킹을 꼭 스타트업 기업에만 적용하란 법은 없다. 개인은 물론이고 기존 기업과 정부에도 좋은 실행론이다. 마침 올해는 역동성의 대명사인 `말`의 해 갑오년이다. 아직 이렇다 할 계획을 못 세웠지만 매사에 빠르게 움직이는 린 싱킹을 생활화하기로 했다.

주어진 일을 바로 실행하고 문제를 해결하며 역동적으로 움직이면 좋은 결과는 따라 오지 않겠는가. 린 싱킹은 어렵고 거창한 이론이 아니다. 아직 신년 계획을 못 세웠다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임하는 자세를 린 싱킹으로 바꿔보자.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