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거리에 `캐럴`을 돌려주자

양휘부 케이블협회 회장
양휘부 케이블협회 회장

갑오년 새해를 맞으면서 요즘은 어딜 가나 신년덕담으로 무난한 출발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무난하지만 새해맞이 치고는 뭔가 밋밋한 느낌이 들어 유감이다. 어떤 이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징글벨`이라든가 `화이트 크리스마스` 등 캐럴을 제대로 듣질 못했고, 연말이라고 흥분하거나 흥청대보지 못했던 탓으로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불과 4~5년 전만 하더라도 날씨가 추워지면 거리에는 군밤이나 군고구마 장수들이 먹거리를 팔았다. 구세군 자선냄비의 종소리, 산타 옷을 입은 호객꾼들도 있어 떠들썩했다. 거리마다 입점한 레코드 가게들은 경쟁적으로 경쾌하고 재미있는 크리스마스 캐럴로 풍성하고 왁자지껄한 연말 풍경을 완성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연말이 돼도 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듣기 힘들어졌다. 대형 백화점은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상가 주변에서도 캐럴은 흘러나오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연말연시가 매우 조용해졌다. 이런 차분한 연말 분위기가 경기침체 탓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일리 있는 말이지만 나는 오히려 세태와 세상의 변화에서 오는 현상임을 지적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요즘은 집 거실에서 TV시청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모바일 인터넷 덕분에 이동하면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TV뿐 아니라 주변에 그 흔하던 만화방이나 비디오 대여점도 찾아보기 어렵다. 캐럴을 틀어 주는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던 레코드점이 줄면서 연말 거리 풍경도 생기를 잃기 시작했다.

또 다른 큰 원인으로는 저작권 문제가 있다. 음악 저작권 관리가 강화되면서 백화점이나 커피숍, 극장가, 음식점 등에서는 음악을 틀려면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대목 장사를 위해 분위기를 띄우려면 캐럴이 필수일 텐데 크고 작은 저작권료 분쟁을 지켜보며 주저하는 것이다.

커피숍 같은 매장에서 음악을 틀면 이것은 작사, 작곡가, 가수, 연주자, 음반제작자 등 다양한 저작권과 저작인접권과 연결된다. 게다가 현행 저작권법 규정의 모호함 때문에 합의보다는 법정공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2012년 5월 대법원은 스타벅스코리아가 비매품 CD를 매장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한 것에 공연사용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는 하이마트를 상대로 매장음악 사용에 대해 15억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저작권자는 창작물에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문화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이용자는 다양한 저작물을 이용해 문화를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렵더라도 합의점을 잘 찾아가는 것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그나마 저작권법이 소상공인들을 위한 공연권행사에 제한규정을 두고 있고, 정부에서도 비영리 목적의 공연에 영세사업자의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저작권료 두려움 없이 상점들이 과거처럼 캐럴을 경쟁적으로 틀고 많은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한 연말을 맞았으면 한다.

나는 아직도 아날로그 사람인 탓인지 연말만이라도 즐겁게 조금은 흥청거리면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비록 작심삼일에 불과할지라도 저마다 큰 포부와 계획을 다지며 새해를 맞는 것이다. 연말에는 흥분도 하고 연초에는 차분함 속에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는 이러한 분위기가 모인다면 그것이 일상이 되고, 거기에 우리의 행복이 있지 않을까.

`캐럴`은 거리에 돌려줘야 한다.

양휘부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 hbyang@kc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