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전자제품 전시회 `CES 2014`가 지난 10일 폐막했다. 이번 행사의 핵심 키워드는 `융합`과 `커넥티드`였고, 그 대표 제품이 바로 자동차였다. 자동차 기술을 선도하는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 및 부품사들은 통신기반의 커넥티드카와 보다 많은 정보를 공유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앞다퉈 선보였다.
세계 자동차 산업계는 IT와 융합이라는 전례 없는 변화의 회오리 속에 휩싸여 있다. 기존의 자동차가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과 안전을 강조했다면,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자동차는 IT와 융합을 통해 네트워크 일부로 포함돼 가고 있다.
특허출원 추이를 보더라도 이 같은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기존 자동차 기술의 대표로 언급할 수 있는 섀시 제품 출원 건수는 점점 감소하고 있는 반면에 운전자 지원 시스템과 IT 융합 기술에 대한 특허는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IT산업, 특히 반도체와 전자 하드웨어(HW) 강국이다. 삼성, LG, 하이닉스에서 생산하고 있는 반도체, 휴대폰, 디스플레이는 세계 1위로 등극한 지 오래다. 하지만 소프트웨어(SW) 분야는 각 기업이 엄청난 투자로 SW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으나 가시적인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생산 순위가 세계 5위(2012년 기준)까지 올라갔지만 유럽과 미국 자동차 산업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각종 개발 프로세스와 `오토사(AUTOSAR)`로 불리는 SW플랫폼 등에 대한 투자 현황은 경쟁국가에 비해 미미하다.
경쟁국들은 10여년 전부터 자동차와 IT 융합을 준비해왔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손을 잡고 차량용 전기전자 아키텍처, SW플랫폼, 차량 간 통신, 자율주행 등을 연구해왔으며 최근 그 결과가 나오고 있다. 외국의 대형 IT회사는 차량과 연계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운용체계(OS) 등 이미 자동차용 SW 솔루션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상황은 어떠한가. 대다수 부품제조사들은 기반 소프트웨어를 해외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는 부품 개발비와 양산비 증가로 이어져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자동차 SW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산업 생태계 형성이 미흡해 SW 개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오토사를 개발해 판매하는 독일 SW 회사는 800여명을 10년 동안 투입했다. 선진 자동차 부품사들 역시 연인원 200명 이상을 오토사 개발에 배치한다. 이러한 투자는 국내 부품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범위를 훨씬 웃돈다. 부품사가 독립적으로 실행하기에는 위험이 크고 채용할 수 있는 R&D 인력 또한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자동차 산업의 기술과 부가가치가 HW에서 SW로 옮겨가고 있다. 더 이상 HW 기술력과 생산성만으로는 성장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범국가적인 차원에서 자동차용 SW 발전 방향을 수립하고 국내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합심해 추진한다면 SW 해외 종속을 해결하고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 또 새로운 시장 창출로 고용을 늘리고 자동차 산업의 규모도 확대해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사와 부품사가 탄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구조가 SW로 재편되는 원년이 돼 대한민국의 자동차가 비상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김주신 만도 사장(CTO) jusin.kim@hall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