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IT 기업, 국내서 벌어들인 매출 `모르쇠`…토종기업 역차별 불만 고조

마이크소로프트(MS), 휴렛팩커드(HP) 등 외국계 IT기업에 대한 국내 토종 기업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에서 각 기업이 수천억~수조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사업 현황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국내 기업만 역차별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는 방만한 외국계 기업 관리 감독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국내 IT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진출한 대다수 외국계 IT기업의 매출·직원수 등 사업 현황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고 있다. 유한회사 설립·변환으로 공시와 외부감사에서 제외되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소프트웨어(SW)사업자신고도 의무 사항이 아니어서 외국계 기업은 `필요할 때에만` 매출 등을 신고하는 상황이다.

국내 관련 업계는 매년 대기업 수준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외국계 IT기업이 기본적인 사업 현황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국내 기업은 공시와 감사 등에 대응하기 위해 매년 적지않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하는 반면에 대다수 외국계 기업은 관련 의무에서 자유롭다는 설명이다. 사업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본사 방침`이라는 대답만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한국MS, 한국HP, 한국오라클 등 유한회사의 국내 매출은 철저히 가려져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매출은 추정치에 불과하다.

최근 5년 동안 SW사업자신고 내역을 검토한 결과, 이들 기업은 겨우 두 차례 매출과 직원수를 공개했다. 한국MS는 2009년(매출 4154억5100만원, 직원 480명)과 2012년(매출 6008억1700만원, 직원수 480명) 현황을 공개했다. 한국HP는 2008년(1조4318억6300만원, 직원 1159명)과 2010년(1조4225억8900만원, 직원 1007명)만 신고했다.

그나마 외국계 기업이 SW사업자신고를 수행하는 경우는 대개 공공사업 참여를 위해서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공공사업 참여를 위해서는 신고확인서 제출이 필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계 기업은 총판이나 협력업체를 통해 공공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신고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사업자신고를 한 경우 내역에 변경 사항이 있으면 정정 신고를 하도록 돼 있지만 외국계 기업 대부분 이를 무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SW사업자신고가 의무였지만 지난 2008년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로 의무가 없어진 후 관리는 엉망이 됐다”며 “매년 수천억원에서 수조원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외국계 기업의 사업 현황 집계도 없이 어떻게 국내 SW산업을 분석하고 정책을 만들겠다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유한회사의 외부감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금융위원회도 이에 앞서 지난해 비슷한 내용의 개혁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국내 기업의 역차별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 마련, SW사업자신고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