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칼럼]소재 강국을 향한 전략적 도전, 중간 소재 개발

[소재부품칼럼]소재 강국을 향한 전략적 도전, 중간 소재 개발

새해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국정 추진 방향의 핵심은 사회적으로는 비정상의 정상화, 경제적으로는 내수 활성화와 창조경제 구현을 통한 4%대의 성장이다.

우선 우리 경제의 구조부터 살펴보자. 최근까지 우리나라 경제 성장의 축을 이룬 것은 조선·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산업 등이다. 이러한 완제품 위주의 제조업만으로는 이제 성장 한계에 직면했다. 갈수록 첨단제품의 주기가 짧아지고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은 급속하게 추격한다. 고임금의 국내 노동력 구조까지 더해 국내 제조업이 고도화하지 못한다면 더 이상 일자리 창출과 중산층 복원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중국은 소재·부품 산업의 발전으로 중저가 제품 가공조립형 산업에서 벗어나 점점 첨단 제품의 조립완성형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 이제 우리 경제의 경쟁력 제고는 중국과 차별화된 기술우위를 얼마나 유지하는지와 소재-부품-시스템(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에서 어떤 선순환 생태계를 구축하는지에 달렸다. 최하단에서 혁신과 변화를 선도하는 소재 분야는 원천 혹은 1차 소재가 개발되고, 중간 또는 2차 소재를 거쳐 완제품에 적용되기까지 대개 수십년의 시간이 걸린다. 우리 정부가 지난 수년간 세계적인 명품 소재 개발에 많은 역량을 쏟고 있지만 긴 호흡의 장기적인 투자 없이는 소재산업 육성은 공염불이 될 뿐이다.

그렇다고 원천기술 개발에만 매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저변이 매우 취약한 원천소재는 글로벌 소재기업과의 전략적 협력에 한동안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한계를 인식하고 원천소재에 새로운 기능과 용도를 더한 고부가가치의 중간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국산화를 통한 수입대체 효과를 뛰어넘어 세계적 우위의 우리나라 생산기술과 만나서 시너지 효과가 날 뿐만 아니라 새 시장 창출, 히든챔피언의 강소기업 육성과도 맞물려 있다.

중간소재의 중요성을 최첨단 정보표시장치인 LCD와 세계적인 화장품 향수를 보자. LCD의 핵심소재인 액정은 10여 가지 원천소재를 혼합해 만든 최적화된 중간 소재라고 할 수 있다. 향수는 수많은 꽃에서 추출한 향료 성분을 원천소재로 볼 수 있고 이를 혼합하고 가공한 것이 중간소재다. 이미 그 자체가 완제품의 성격을 띠고 있다. 두 가지 예만 보더라도 소재의 고부가가치화는 원천소재 자체에 있기도 하지만 사람의 영감과 창의력의 단계를 거치면서 중간소재로 가공돼 이뤄진다.

여기서 시사점은 우리나라 소재산업의 체질전환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는 것이다. 과거 독과점 대기업에 의한 집중투자와 노동집약 주도에서 탈피해 지식과 기술의 혁신, 더 나아가 창조적 사고 기반으로 산업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성장 사다리가 마련되도록 걸림돌이 되는 규제는 혁파하고 관련 법·제도는 현실에 맞도록 다듬는 일이다. 민간 차원에서는 소재기업과 완제품기업 간 상호 정보 공유, 기술 교류, 협업과 투자를 통해 지식을 확대하고 창조해야 한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해외 글로벌 소재기업과 전략적 제휴를 통해 모색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우리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외교적 활동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동남아·중남미·중앙아시아 등의 저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부터 희토류 금속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해양자원과 천연자원 등을 장기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이는 원천소재에서 새로운 중간소재로 이어져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차세대 신성장동력 제조업을 이끌게 될 것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창조경제가 뿌리를 굳건히 내려 많은 일자리가 생겨나고 소득이 높아져 국민이 행복한 나라, 세계 속의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sidlee@plaza.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