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응답하라 2014"

케이블TV 인기 드라마 `응답하라 1994`가 삐삐, CD플레이어, 시티폰, 다음 메일 등 IT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당시의 소품으로 20년 전 추억을 되살렸다.

1994년,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전통 제조산업 위주였던 당시, 새로운 기술로 승부하는 벤처기업 수는 고작 200~300개에 불과했다. 그 해 뜻있는 벤처인들이 준비를 거쳐 19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했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에 개설됐다.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도 없었다. 창업투자회사가 52개나 있었지만 7년 이내의 창업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창업법에 근거한 규정으로 문턱이 높은 거래소에 상장되려면 10여년은 지나야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벤처투자보다는 편법을 통한 수익에 관심 있던 시절이다.

[월요논단]"응답하라 2014"

20년이 지난 2014년,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창조산업이 중심에 떠올라 있다. 박근혜정부는 부강한 대한민국을 설계하면서 `창조경제`를 경제기조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성공을 위한 중심에 SW와 벤처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SW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창조경제 시대로 가는 기본 인프라이자 핵심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또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창업벤처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일자리와 신성장동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SW산업 육성과 창업·벤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창업-성장-회수-재도전`이 원활한 선순환적인 생태계를 조성, 창조적 인재들이 도전하여 성공하는 성공신화를 창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신생 벤처기업들의 기여도가 가장 높다고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낸 일자리는 연 평균 300만개로 전체 일자리의 18%에 이른다. 올해 첫 주 세계 IT기업의 시가총액 톱10 중에 절반은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애플(1위), 구글(2위), MS(3위), 아마존(7위), 페이스북(10위)이다. 이들 모두가 SW 회사라는 점도 중요한 시사점이다.

실리콘밸리의 요람인 스탠퍼드대에서 만들어진 벤처기업이 4만여개에 달하고, 이 기업들이 54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 냈다. 이들의 연간 매출은 2조7000억달러로 이는 세계 10대 경제국의 규모라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우리에게 희망과 도전의 힘을 준다.

올해 초 벤처기업으로 등록한 기업은 2만9200여개다. 1994년에 비하면 100배가 늘었지만 창조경제를 만들어 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다. 국내 시가총액 톱10에 네이버가 들어 있어 희망이 보이지만, 30위권 내에 네이버를 제외하고 벤처를 찾을 수 없다.

미래창조과학부에 SW정책국이 신설됐다. 그동안 여기저기 분산돼 있던 업무를 한곳에 집중해 정책을 만들고 지원하고 있다. 개정된 SW산업진흥법의 본격적인 적용으로 전문기업 위주의 시장 개편과 SW산업 재편을 시작했다.

SW 연구개발 투자 비중 확대, SW신규인력 10만명 공급 및 기존 SW인력의 재교육 등 인재 양성, SW 기초교육 확대, 특화펀드 조성 및 운용, 유지보수요율 상향 조정, SW프로젝트 및 인건비 산정방식 수정 등 각종 SW활성화 정책과 혁신전략을 발표했다. 업계도 어느 때보다 산업 활성화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제 우리 기업들도 이에 발맞춰 성과로 화답해야 상승효과를 높일 수 있다. 우리 벤처기업과 SW기업들이 대기업으로 또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창업기업들이 무수히 늘어나야 한다. SW인력 부족도 더 이상 대학이나 정부만 탓할 게 아니라 이젠 기업 스스로도 인재를 양성해야만 해결된다.

다시 20년이 지난 2034년, 우리는 2014년을 어떻게 추억할 것인가. SW정책이 비로소 제대로 자리 잡힌 해, 기업마다 성장의 변곡점이 된 해, SW창업이 정말 많이 이뤄진 해, 연초 510선이던 코스닥 지수가 700선으로 퀀텀점프한 해, 대학 입시에서 SW학과에 수능 고득점자들이 몰려든 해….

이를 위해서는 비록 당장은 힘들어도 SW인들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 주역이어야 한다. 굳은 의지와 노력으로 창업기업 수, 기업성장률, SW 융합비중, 수출증가율, 고용증가율을 높이는 성과로 응답해야 한다.

“SW인이여! 응답하라 2014!”

조현정 한국SW산업협회 회장 hjcho@bi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