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개봉작]남자가 사랑할 때

[금주의 개봉작]남자가 사랑할 때

나이만 먹었을 뿐 대책 없는 남자가 있다. 아직도 형 집에 얹혀 살며 조카한테 삥 뜯기는 이 남자, 빌려준 돈은 기필코 받아오는 이 남자, 여자한테 다가갈 땐 바지부터 내리고 보는 막무가내 남자, 평생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던 한 남자가 사랑에 눈을 뜬다.

영화 `신세계` 연출진들과 배우 황정민이 만나 `남자가 사랑할 때`라는 영화를 만들었다. 신세계를 필두로 한국 남자 영화의 계보를 바꾼 `부당거래`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등의 영화 조감독 출신 한동욱 감독, 신세계 제작자 한제덕, 박민정 PD 등 주요 스탭은 물론이고 연출부, 제작부 막내까지 신세계 현장을 고스란히 `남자가 사랑할 때`로 옮겨왔다.

영화는 거칠게 보이지만 속 마음은 순수하기 때문에 계산 없이 살아가는 한 남자의 서툰 진심에 힘을 싣는다. 사랑한다는 말은 할 줄 몰라 러브레터 대신 여자가 가진 빚을 제해주는 각서를 들이미는 남자. 고백인지 협박인지 헷갈리는 이 남자의 구애는 기댈 데 없는 한 여자를 속 깊게 보듬는 진한 사랑으로 거듭난다.

그 여자를 알고 난 후, 난생 처음으로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식을 알게 된다. 영화는 사랑이란 모두의 삶 속에 있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일생에 단 한 번, 남자가 흘리는 진한 눈물로 관객에게 큰 공감을 남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