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금 시끄러운 도심의 커피숍에서 스타트업 창업 팀과 만나는 날이다. 한 시간 남짓 대화에 필요한 중간 크기의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자리에 앉는다. 초반 20분은 주로 사업모델에 대해 듣는다.
오늘 만난 젊은 창업가는 자신감이 넘친다. 보기가 좋다. 고등학교 때부터 창의대회나 발명대회에서 여러 차례 수상했고, 특허도 여럿 출원했단다. 시제품도 만들어 언론에도 소개됐다. 창업경진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상을 타는 능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그의 이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아이디어가 많다`였다.
내 차례다. 아이디어가 많다는 자신의 말이 어떻게 이해되는지 그가 물어 왔다.
나는 “현재 하는 일에 불성실하거나 집중하지 못하고 항상 딴 생각만 한다. 깊이 있는 지식은 별로 없고 깊이를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결과를 만들어본 것은 별로 없다. 시도는 하는데 완성하지는 못한다. 성취한 것으로는 자랑할 게 없다”로 들린다고 답했다.
항상 칭찬만 받아왔던 그로서는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인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나는 지금 가진 좋은 아이디어 가운데 한두 가지에 집중해보라고 조언했다. 실험실 수준을 넘어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완성하도록 주문했다. 반면에 돌아온 대답은 `아이디어가 너무 많아 한두 가지에만 집중할 수 없다`였다.
기존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좋은 아이디어는 필요하다. 그러나 허공에 그린 상상도와 생각만으로는 세상을 한 뼘도 좋게 바꾸지 못한다. 우주를 정복할 아이디어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멋진 생각과 말만 계속하면 이른바 `약장수` 취급을 받는다. 유행을 따라다니는 뜨내기 약장수는 많다. 말보다 행동이, 행동보다 결과가 신뢰를 만든다.
기업 경영에 멋진 아이디어가 위험한 진짜 이유는 내 머릿속에서 나온 것이어서다. 사업은 고객과 시장의 목소리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작점이 정반대다. 대부분의 번쩍이는 아이디어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잘 모르는 분야의 것들이다. 책이나 TV로 알게 된 피상적인 지식에서 나온다. 잘 모를수록 쉬워 보인다. 오래 일해 정통할수록 어렵고,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랫동안 집중해 충분히 숙성된 목욕탕에서만이 진짜 `유레카`가 나오는 이유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