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정보기관이 산업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대통령께서 지도력을 발휘해주시기 바랍니다.”
표현은 완곡했다. 하지만 주장은 강력했다. 존 챔버스 시스코 CEO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편지 얘기다.

챔버스 CEO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비밀 서한을 통해, 국가안보국(NSA)이 미국 IT기업 제품을 통해 전세계 네트워크를 감시·통제하는 행위는 글로벌 고객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게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 편지를 단독 입수한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보도에 따르면, 챔버스는 정부의 감시를 통제하도록 하는 ‘행동기준(standards of conduct)’을 마련, 국가안보적 목표가 세계 기술시장에서 미국의 선도적 지위에 지장을 주지 못하게 해달라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서한은 최근 NSA 직원이 시스코 장비 상자를 열어 미국의 안보기구가 시스코 고객의 인터넷 사용량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던 다음 날인 지난 15일 작성됐다.
챔버스는 특히 NSA의 행위가 미국 기술기업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를 해칠 것이라며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는 영업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고객들은 우리가 가장 완전한 상태로 보안 기준에 맞는 상품들을 그들의 문간에까지 전달해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강조했다.
챔버스가 이런 서한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것은 최근 NSA가 감시하려는 대상의 정보를 얻으려고 시스코와 같은 정보통신 회사의 장비를 중간에서 가로챈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NSA가 감시를 위해 이용하는 장비는 미국에서 수출되는 라우터와 서버, 기타 컴퓨터 네트워크 장비를 망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SA는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하지만, 챔버스 CEO는 NSA의 활동 때문에 실제로 중국 등 신흥국에서 장비 구매를 연기했다며,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와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며 편지의 끝을 맺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