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이 글로벌 자동번역 솔루션 기업을 인수해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번역 솔루션 시장에서 명실 공히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씨에스엘아이(대표 박기현)는 자동번역 솔루션 개발기업인 프랑스 시스트란(SYSTRAN)을 인수했다고 27일 밝혔다. 지난달 시스트란 지분 38.04%를 확보한 씨에스엘아이는 사명을 ‘시스트란 인터내셔널’로 바꾸고 아시아,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인수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파트너스, 한국투자증권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3개 투자회사와 1개 증권회사가 참여했다.
시스트란은 1968년에 설립된 세계 최대 자동번역 솔루션 개발 기업으로 미국 정보국,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프랑스 국방부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은 “89개 언어 번역 엔진을 가진 시스트란과 22개 엔진을 확보한 씨에스엘아이가 합병해 101개국 언어를 자동번역 할 수 있게 됐다”며 “구글(64개), 마이크로소프트(45개)와 비교해 경쟁 우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시스트란 인터내셔널은 실시간 외국어 번역 인프라를 구축해 국내외 신규 시장을 개척할 계획이다. 김동필 시스트란 인터내셔널 경영총괄 부사장은 “앞으로 자동번역 서비스 오픈 애플리케이션프로그밍통합(API) 플랫폼을 개발해 기업과 소비자 연결하는 서비스(B2C)를 넘어 소비자가 서로 연결되는 서비스(C2C)를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니인터뷰: 박기현 시스트란인터내셔널 대표]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은 구글 등 다국적 공룡기업에 대한 소프트웨어(SW) 종속을 막을 수 있는 세계 자동번역 솔루션 시장의 최강자입니다. 국내 첫 글로벌 1위 SW 그룹으로 우리 솔루션을 통해 다양한 산업과 시너지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씨에스엘아이와 시스트란 인수를 이끈 박기현 시스트란인터내셔널 대표는 지난해 삼성 갤럭시 S4에 탑재된 ‘에스 트렌스레이터(S Translator)’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스트란과 인연을 맺었다.
20여년간 자연어 처리 기술의 선두주자였던 씨에스엘아이와 아시아권 언어번역 시장에 뛰어들고 싶었던 시스트란이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판단에 신속한 인수 합병(M&A)을 성사시켰다. 박 대표는 “올초 소프트뱅크에서 350억원 규모 투자 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투자사들도 시스트란인터내셔널 출범에 대한 기대가 컸다”며 “우리나라와 미국, 프랑스 등에서 개발된 시스트란인터내셔널의 기술이 세계 산업에 기여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번역 솔루션 시장은 IT연구기관 윈터그린리서치가 2019년까지 69억달러에 이를 것이라 전망할 만큼 성장 잠재력이 크다. 박 대표는 씨에스엘아이의 아시아권, 시스트란의 북미·유럽권 시장 점유율을 점차 확대해 매출 향상을 이끌 계획이다. 그는 “다양한 언어로 분화된 산업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살아있는 신경망처럼 번역에 기반을 둔 신산업 창출을 이끌겠다”고 덧붙였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