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싹 바꾼" 캐딜락 올-뉴 CTS

가속감 탁월, 경쾌한 핸들링 앞세워 독일차 겨냥

올-뉴 CTS
올-뉴 CTS

`캐딜락`이란 이름은 아직 낯설다. 미국에선 대통령 의전차로 사용할 만큼 전통과 품질을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장례식 운구차로 가끔씩 등장하는 것을 빼고는 대중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차를 좀 안다는`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캐딜락은 `외제차`, `비싼차`, `기름 많이 먹는 차`라는 답이 돌아왔다. 판매량이 적은 탓 거리에서 쉽게 발견하긴 어려운 차가 캐딜락인데, 이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사는 `올-뉴 CT785S`를 앞세워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올-뉴 CTS`는 캐딜락의 대표제품인 CTS 세단의 3세대 모델이다. 지난 2002년 첫 선을 보인 1세대 모델이 직선 위주의 스타일로 브랜드 디자인 철학의 변화를 알렸으며, 2008년 2세대 모델을 거쳐 올해 완전히 새롭게 태어난 3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캐딜락 올 뉴 CTS 프리미엄 트림을 몰고 인천 하얏트 호텔에서 파주 출판단지까지 약 60km, 50분 구간을 달려봤다.

먼저, `올-뉴 CTS`를 마주하니 `큰 차`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다. 볼륨감을 강조한 보닛이 마치 영화에서 본 우주선 같은 인상을 준다. 신차엔 곡선라인이 추가돼 각진 1세대 모델과 비교하면 많이 둥그스름해졌다는 느낌이다. 사이즈에서도 변화를 줬다. 기존 모델보다 길이는 120mm 늘었고, 높이는 25mm 낮아졌다. 전체 무게는 약 130kg 가벼워졌다. 차체 무게가 약 40% 줄었지만 고강성 경량 소재를 사용해 강성을 12% 높였다는 게 회사의 주장.

올-뉴 CTS 내부는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올-뉴 CTS 내부는 넓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전석에 앉아 내부를 둘러보니 널찍해 보였다. 시트는 조금 딱딱했다. CTS라는 모델이 운전 성능을 강조한 퍼포먼스 세단이기 때문에 굳이 시트에 쿠션감을 더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지만 단단하게 잡아주는 것과 딱딱한 건 차이가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의 `느낌`이자 `취향`이다.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무게를 줄이려면 시트 두께를 얇게 해 무게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생산단가 절감에도 한 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트는 옵션에 따라 14-방향과 20-방향 시트를 고를 수 있다.

페달을 밟으니 속도가 쉽게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페달을 밟으니 속도가 쉽게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어를 바꾸니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파킹 브레이크는 자동으로 풀렸다. 시동이 걸려 있다는 사실을 모를 만큼 정숙성이 뛰어났고, 진동도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솔린 엔진을 쓴 새 차여서 그런 듯싶다.

도로에 나와 가속페달에 발을 올렸다. 금세 속도가 붙는다. 몸이 뒤로 쏠릴 정도로 강한 가속감이 느껴졌다. 도로 사정과 안전을 고려해 최고속도는 시속 160km까지 밖에 낼 수 없었다. 중간 중간 속도를 쉽게 올리고 줄일 수 있었고, 멈추는 데에도 큰 힘이 들지 않았다. 이 차는 2.0ℓ 터보엔진이 탑재돼 5,500rpm에서 최고 276마력과 3,000~4,500rpm에서 최대 40.7kg.m 토크를 발휘하며,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6.2초가 걸린다. 엔진음은 요란했다. 속도를 높일 때는 엔진 사운드가 심장을 울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핸들링은 경쾌했다. 이 차엔 ZF 스티어링 휠 시스템을 사용해 빠른 응답 속도가 특징이다. 평소 운전대가 무거운 차를 탔던 사람이라면 민감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운전모드는 크로스, 스포츠, 아이스로 조정할 수 있다. 이날 주행 모드는 크로스였다. 스포츠 모드로 주행하면 더 빠르고 역동적인 성능을 체험할 수 있다.

내부 안전 기능은 터치 방식이 적용됐다.
내부 안전 기능은 터치 방식이 적용됐다.

캐딜락은 편의와 안전기능에도 신경을 썼다. 먼저, 정숙성 부문이다. 이번 모델에는 방음재로 폴리플로필렌을 사용해 정숙성을 높였다고 한다. 때문에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내도 차 안에서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데 문제가 없다고 회사 관계자가 설명했는데, 직접 체험해보니 외부 소음이 완벽하게 차단되지 않았지만 높은 속도로 주행해도 대화를 나누는 덴 큰 무리가 없었다.

대화를 나누다 앞차와 가까이 붙으니 경고음과 함께 계기반에 표시가 나타난다. 차선을 이탈했을 땐 사이드 미러에 빨간색 경고 표시가 뜬다. 어웨어니스 패키지는 운전자가 도로의 위험 상황을 알 수 있도록 돕고, 잠재 위험도 감지해 알려준다. 이 차는 어웨어니스 패키지와 햅틱시트를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 상황을 전달한다. 또 잠재 위험도 감지해 알려준다. 전방 추돌, 후방 통행자동차, 차선 이탈 등을 경고한다. 특히 햅틱시트는 이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진동이 울린다.

편의 기능을 조정하면 계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다.
편의 기능을 조정하면 계기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여러 버튼은 `터치` 방식으로 바뀌었다. 내비게이션은 물론 라디오 채널과 볼륨 등은 화면을 건드려 조절할 수 있고, 바뀐 내용은 계기반에 나타나 운전 중 시야가 분산되지 않도록 돕는다. 그렇지만 비상등에 터치 버튼을 적용한 것은 의외다. 약 2~3초 동안 누르고 있어야 비상등이 작동했다. 보통 위급한 상황에서 재빨리 누르는 버튼인데 한참을 누르고 있어야 하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이 점을 모르는 운전자가 몰았다면 고장난 줄 알았을 거 같다. 이는 미국과 국내 도로 환경 차이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지엠코리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 설정으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고, 사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적절히 조정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전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속도와 RPM 정보를 전달한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속도와 RPM 정보를 전달한다.

그리고 헤드업 디스플레이303(HUD303)도 적용돼 안전운전과 편의를 돕는다. 앞 유리창에 정보를 속도와 엔진 회전수를 전달한다. 선명도와 각도는 운전자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실제 이 기능을 써보니 익숙치 않은 데다, 속도와 RPM341만을 알려주기 때문에 자주 보게 되진 않았다. 계기반을 보는 게 습관이 되어서인 것 같다. 다른 브랜드 처럼 내비게이션과 연동해 화살표 등으로 방향을 알려줬더라면 더 유용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엠코리아는 올-뉴 CTS를 앞세워 BMW 5 시리즈와 벤츠 E 클래스에 도전한다고 밝혔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량을 늘릴 계획이다. 그렇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인다. 독일 브랜드들은 디젤차 라인업이 판매량을 이끌고 있지만 캐딜락은 선택폭이 단조롭다. 가격도 독일차와 큰 차이가 없다. 럭셔리 5,450만원, 프리미엄 6,250만원, 프리미엄 4륜구동 6,900만원이다. 아우디 A6 세단을 살 수 있는 값이고, 돈 조금 더 보태면 BMW나 벤츠를 살 수 있다. 국산차로 눈을 돌리면 제네시스가 눈을 반짝인다.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파주 출판단지에 도착했다.
파주 출판단지에 도착했다.

차재서 RPM9 기자 jscha@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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