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벤처 고성장 비법은 역시 `R&D`와 `해외시장`...벤처지원정책 맞물려야 가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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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선 벤처기업의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의 고성장 핵심요인은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왕성한 글로벌 진출 노력으로 요약된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사업 기간이 짧더라도 연구개발(R&D)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갖추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경우가 많다.

이들 기업의 매출액 대비 평균 R&D 비용 지출은 2.7%에 달했다. 이는 대기업(1.2%)이나 일반 중소기업(0.7%)을 두 배 이상 앞선 수준이다. 평균 국내외 특허권 보유 건수 역시 일반 벤처기업 평균 3.5건의 15배에 달하는 53.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조사에 이어 올해도 벤처천억기업 목록에 이름을 올린 제약회사 휴온스는 꾸준한 연구개발과 기술혁신 활동으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충해 성과를 냈다. 제약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화장품 등 수요처 다변화에서 위기 극복의 길을 찾았다.

윤성태 휴온스 부사장은 “벤처천억기업이 보다 많이 배출되기 위해서는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순 자금 지원보다는 연구 인력 채용 등 연구개발 부분에 대한 지원이 이어진다면 벤처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혁신으로 성장의 기반을 닦은 벤처 천억 클럽은 매출 확대의 길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았다. 벤처천억기업 중에서도 3년 연속 20%이상 매출이 증가한 고성장한 일명 ‘가젤형 벤처’는 총 40개사로 이들의 87.5%(35개사)는 해외(직접) 수출을 하고 있다. 평균 수출액은 916억원으로 여타 벤처천억기업보다도 훨씬 높은 수준이다.

전체 벤처천억기업 중 해외(직접) 수출을 하고 있는 곳은 355개사, 평균 수출액은 587억원이다. 매출액 대비 수출비중 역시 25.9%로 대기업(17.4%)이나 중소제조업(14.0%)보다 높게 나타났다.

벤처기업, 특히 성장 벤처가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들 매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5년 1.59%에서 지난해 7.10%까지 높아졌다. 총고용인력 증가율도 3.1%로 대기업 2.1%를 앞서고 있다.

중소기업청은 이 같은 부분을 감안해 향후 벤처정책을 기술혁신기업의 원활한 벤처진입과 글로벌 성장 지원에 집중할 방침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반영해 기술혁신 기업의 벤처 인증을 어렵게 했던 재무성 평가를 다음 달 폐지하고 기술성 평가 기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기술창업기업이 초기 성장에 필요한 투자와 멘토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전문엔젤’ 제도도 이달 시행에 들어갔다.

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한 해외진출 지원펀드도 향후 3년간 1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2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릴 기념식에선 ‘벤처 천억 청년창업 멘토링 지원단’을 발족하고 벤처천억기업들의 후배 육성 다짐 자리도 마련한다. 지원단은 후배 벤처창업가에게 성공경영 노하우를 전수하고 투자 알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한정화 중기청장은 “국내 벤처 창업 생태계와 인프라 지원은 벤처 거품이 언급된 지난 10년간 대단히 약화됐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적 드라이브도 부족했다”며 “지난해부터 이를 개선하고 다시 벤처 생태계를 복원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업계에는 2000년대 벤처붐을 재평가하고 당시 도입됐던 혁신적인 제도를 복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벤처 버블의 악몽으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던 우리 벤처생태계가 너무나 위축됐다는 것이다. 기술혁신과 글로벌 진출 노력으로 성과를 꽃 피운 벤처천억클럽이 제 2의 벤처붐을 이끌 견인차이자 성공모델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벤처천억클럽 기업수 및 매출액 추이 / *자료: 중소기업청>


벤처천억클럽 기업수 및 매출액 추이 / *자료: 중소기업청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