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통신비 부당청구 빈발"

미국 휴대폰 가입자들이 한 해 수억 달러에 달하는 부당 요금을 이동통신사들로부터 청구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미 상원 상무위원회가 30일(현지시각) 공개한 ‘사례로 본 이동통신 부당과금’(Cramming on Mobile Phone Bills: A Report on Wireless Billing Practices)에 따르면, 통신료 부당 청구는 연예·가십 기사를 비롯해 벨소리, 음악 등 각종 유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콘텐츠 제공업체(CP)의 휴대폰 소액결제로 발생했다.

T모바일의 요금청구서1
T모바일의 요금청구서1

이에 대한 최종 소비자 과금은 버라이즌을 비롯해 AT&T, T모바일, 스프린트 등 대형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이뤄졌다.

상무위가 입수한 이통사 내부 기밀자료에 따르면, 고객 환불율이 최고 50%가 넘는 이른바 ‘불량 CP’에게도 이들 이통사는 별다른 제재없이 과금을 지속, 부당 과금에 방관 또는 동조 의혹을 사고 있다.

보고서는 “통상 CP 수익의 30~40%를 이통사가 가져가기 때문에, 부당 소액결제 문제에 미온적이다”고 지적했다.

상무위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각종 부당 행위를 중소 CP나 결제대행사에 떠넘기는 이통사의 관행을 제재할 법적 조치를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상무위가 공개한 총 82페이지 분량의 이번 보고서에는 대형 이통사의 부당 과금 실태가 사례별로 적나라하게 적시돼 있다.

T모바일의 경우, 단순 문자알림 서비스를 ‘프리미엄 서비스’로 포장해 9.99달러를 과금했다. 요금서에는 단순히 ‘사용료’(Usage Charges)로만 표기했다. 123페이지나 뒤로 넘겨야 나오는 상세내역에조차 자세한 설명없이 암호와도 같은 표시(8888906150 BmStorm...)로 해당 내역을 교묘히 숨겼다.

미 연방거래위원회(FTC)에 따르면 이달초 캘리포니아 연방 법원은 통신료를 1억 달러 넘게 부당 청구한 CP 등 총 6개사를 폐쇄 조치시켰다.

지난 1일에는 부당 과금을 일삼은 혐의로 FTC가 직권으로 T모바일에 시정 조치와 함께 소비자 환불을 명령했다.

상황이 이렇자, 스트린트와 AT&T는 자체 조사를 통해 피해 고객을 찾아내 뒤늦게 환불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내 휴대폰 소액결제 시장 규모는 연간 3조원. SK텔레콤을 비롯해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가 수수료로 챙기는 금액만 매년 600억~700억원에 달한다. 소비자단체들은 이 가운데 상당 금액이 부당 과금된 몫으로 본다.

하지만 국내 이통사 역시 이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 단순 요금회수 대행만 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지만, 앉아서 버는 수백억대의 돈을 쉽게 포기할 리 없다.

미국과 같이 정부나 국회에 기대기도 난망하다. 이통사를 관리·감독하던 부처의 장관이 자연스레 이통사 CEO가 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미국은 통신비 관련 감시·감독권을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아닌, FTC에 줬다. 이번 보고서도 FTC발이다. 우리도 방통위가 아닌, ‘공정거래위원회’에 그 역할을 맞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소한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겨선 안 된다는 논리다.

최근 ‘OECD 커뮤니케이션즈 아웃룩’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월평균 가계통신비는 19개 대상국중 1위를 기록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