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을 지원해줘도 대학원에 와서 연구하는 것보다 일찌감치 대기업에 가서 높은 연봉을 받고 일하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컴퓨터공학 대학원 과정을 담당하는 한 교수의 말이다. 대기업이 채용에서 이공계 인력을 대거 선호하면서 서울 중위권 및 지방대 이공계열 대학원에서 석·박사 연구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추격형 산업구조에서 새로운 산업을 이끌 선도형 경제로 가기 위한 고급 연구인력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하반기 채용 시즌을 앞두고 석박사 연구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이공계 대학들이 고민에 빠졌다.
학부 졸업을 앞둔 학생들이 일찌감치 진로를 취업으로 정하면서 대학원을 운영할 만한 최소 연구개발(R&D)인력 모집이 어렵다. 지방대학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일부에서는 중국,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 외국인 학생으로 정원을 맞추기도 했다. 일부 중상위권 대학 이공계열에는 지방대 학생이 진학하면서 오히려 본교 학생보다 외부 대학 학생이 더 많다. 이 때문에 지방대는 석박사 과정 진학자를 모집하기가 갈수록 어려운 실정이다.
스마트폰, 조선,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전자·전기·화학 계열 전공 학생의 대기업 취업문은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는 전체 채용 인력의 10명 중 8명 이상을 이공계열로 뽑았다. 인문계 출신을 주로 뽑았던 상사 부문마저도 에너지, 철강 자원개발 사업 비중이 늘면서 이공계열 채용을 크게 늘렸다.
취업 전문가들은 “서울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보다 지방 국립대 이공계열이 취업에 더 유리하다”며 “삼성전자는 지방대 출신 비율을 35%로 정하고 있고, 과거에 인문계열이 하던 영업부문도 주력상품인 전자제품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관련 전공자를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이 대기업으로만 쏠리면서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킬 우수한 기술 인력이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특히 수학이나 물리학과 같은 자연계열보다 당장 산업현장에서 투입될 수 있는 공대 인재의 대기업 쏠림은 더욱 심하다.
전자전공의 다른 대학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등 산업이 고도화되고 기술융합이 심화될수록 학부 수준의 지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기술이 많고 장기 연구는 대학의 역할”이라며 “지방대 육성 차원에서도 고급 인재가 대학에서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지원방안이나 기업과 대학의 활발한 산학협력 활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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