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취약한 소재 시장서 숨은 강자들, "신기술 개발 집념으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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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산업만큼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특정 시장에서 깊이 자리 잡은 ‘메이드 인 코리아’ 1등 제품도 많다.

금속 분말 제조업체 창성은 전량 수입에 의존했던 분말자성 코아를 국산화해 이 분야 글로벌 1위 자리까지 오른 업체다. 창성의 분말자성 코아는 다른 소재 대비 뛰어난 주파수 특성을 구현해 전자파·소음 차단, 경량화 등에 유리하다. 하지만 우수한 특성에도 높은 성형 압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제조가 쉽진 않다.

[창간 32주년 특집3-새로운 도전, 변화]취약한 소재 시장서 숨은 강자들, "신기술 개발 집념으로 승부"

창성은 차별화된 제조 기술로 경쟁사 대비 우수한 특성과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특히 독자 개발한 제조 기술을 기반으로 선발주자인 미국 업체들보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또한 새로운 재질인 ‘메가 플럭스(Mega Flux)’를 세계 처음 개발해 태양광·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최근에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다양한 형상 변화로 연자성 코아 1위 자리를 굳건히 유지해 나가고 있다.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 최초로 전자제품의 핵심 소재인 일렉포일((Elecfoil)을 개발해, 리튬 2차전지용 일렉포일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연간 생산량이 1만800톤으로, 2차전지용 일렉포일 단일 제품으로는 세계 최대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일렉포일은 구리 압연방식이 아닌 황산구리용액을 전기분해해 만드는 얇은 구리막이다. 인쇄회로기판(PCB)과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일렉포일은 기술 진입장벽이 높아 국내에서도 단 두개 업체만 생산하고 있다. 일렉포일 제조 기술의 핵심은 최대한 얇고 균일한 표면을 가지면서 전기적 특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일진머티리얼즈는 일렉포일의 두께를 최근 2~6㎛ 수준까지 개선했다.

일렉포일 제조 공정은 청정도가 최대 변수다. 또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온습도도 적정하게 유지해야 한다. 일진머티리얼즈는 1984년부터 14년간 2만회가 넘는 시행착오 끝에 제품 불량을 완전히 해소했다. 지금의 일렉포일 ‘세계 1위 타이틀’을 지켜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조석민 일진머티리얼즈 경영기획팀장은 “글로벌 주요 리튬 이차전지 업체 대부분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며 “올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고부가가치 신제품 출시로 선도업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정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은 글로벌 1등 소재부품 제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숨은 수출 강자다. 이 회사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은 신축성 원사인 ‘스판덱스’와 타이어 속 부품인 ‘타이어코드’다.

스판덱스 원사 브랜드인 ‘크레오라’의 경우 전 세계 의류 트렌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스판덱스는 고무보다 세 배 이상 늘어났다 복원되는 고부가가치 원사다. 효성은 지난 1992년 국내에서 처음 개발에 성공한 이후, 중국·베트남·브라질 등 전 세계 주요 시장의 거점이 되는 지역에 생산 시설을 건립했다. 세계인 10명 중 3명 이상이 효성의 크레오라를 적용한 옷을 입고 있을 정도다.

지난해 약 600억원을 투자해 베트남 스판덱스 공장 생산량을 1만톤 늘리는 증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베트남 공장에서만 연산 5만톤 규모의 크레오라를 생산하게 된다. 이를 통해 세계 시장 점유율이 32%까지 늘어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효성은 세계 타이어코드 시장에서 점유율 4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 거점을 바탕으로 미쉐린·굿이어와 같은 글로벌 타이어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신규 고객 확보에도 애쓰고 있다. 이밖에도 효성은 안전벨트용 원사, 에어백용 원단 등 산업용 원사를 기반으로 하는 자동차 소재 부문의 일괄 생산시스템을 구축,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