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교육과정 조정위에 과학계 참여" 과학계 "들러리 우려"

교육부가 과학교육 축소 논란을 부른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의 후속작업에 과학계 인사를 대거 참여시켜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과학계는 필수이수단위를 비롯한 총론 주요내용이 이미 확정돼 뒤집을 길이 없는 마당에 각론 논의에 참여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반발했다.

5일 교육부와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남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주도할 ‘국가교육과정 조정위원회’에 과학계를 비롯한 각계 전문가 집단을 참여시킬 계획이다. 조정위와 별도로 구성할 12개 분야 교과별 위원회 역시 같은 방식으로 구성하기로 하고 미래부에 두 위원회에 참여할 과학계 인사 추천을 의뢰했다.

15명 내외로 구성될 조정위원회는 교육과정 총론 가운데 지난달 24일 확정한 주요사항을 제외한 나머지 내용을 마련하고 이를 교육과정 각론과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교과별 위원회는 총론 내용을 반영한 각론 마련 실무를 담당한다. 총론 주요사항을 마련한 기존 연구위원회의 활동은 사실상 종료된다. 새 위원회는 11월 구성될 예정이다.

두 위원회가 마련하는 교육과정 각론은 새 교육과정 교과서 개발 방향의 토대가 된다. 교육부는 이 중 과학·수학·기술 교과위원회에 참여할 위원 추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꾸릴 위원회에는 과학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 필수이수단위를 비롯해 이미 발표된 총론 주요내용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과학계는 과학 과목 필수이수단위를 2009년 수준인 15단위 이상으로 요구했지만 교육부 총론 주요사항에는 12단위로 명시됐다. 교육부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24일 발표한 사항들은 바뀌지 않는다”며 “남은 총론 작업은 인재상과 관련된 내용을 다듬는 일”이라고 밝혔다.

이에 과학계는 반발하고 있다. 과학계 일부에서는 교육부 제안이 기만적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교육부 제안에) 모욕감을 느낀다”며 “이미 주요사항을 전부 정해놓고 나머지 말을 치장하는 작업에 과학계를 동원하려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교조와 교총, 과학계 모두가 교육부 교육과정 개정안에 반발하자 교육부가 이를 무마하려는 것”이라며 “필수이수단위부터 정해놓고 인재상을 다듬겠다는 발상도 앞뒤가 뒤바뀐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에 이제부터라도 과학계 의견을 반영하자는 주장도 있다. 과학계 한 교수는 “총론이 엉망이지만 각론을 내버려둘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남은 작업에라도 참여해 교육과정이 완전히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교수 역시 교육부 제안을 부정적으로 평가해 과학계 반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교육부 제안에 모욕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라며 “실컷 두들겨 패놓고 이제 와서 사탕 하나 주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