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털폰 도입 배경은 "휴대폰 교체주기 길어지고 이통시장 포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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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미국에서 선보인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아이폰 판매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항해야 하는 삼성전자가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 미국에서 선보인 애플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은 아이폰 판매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항해야 하는 삼성전자가 유사한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이동통신사가 도입하려는 렌털폰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2년 약정-1년 사용 후 반납-2년 재약정’ 구조를 가진다. 애플이 지난해 9월 도입한 ‘아이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구조도 유사하다. 2년 약정 후 매달 할부금을 낸다. 1년 사용 후 중고폰을 반납하면 남은 1년치 할부금은 면제된다. 새 휴대폰을 받으면 다시 2년 약정이 시작되고, 이 같은 과정이 반복된다.


휴대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작동원리(KISDI 2015)
<휴대폰 업그레이드 프로그램 작동원리(KISDI 2015)>

애플은 이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점을 두 가지 방식으로 해결했다. 하나는 할부금융이다. 시티즌스 뱅크가 할부금융을 담당하며, 애플은 시티즌스 뱅크로부터 단말비용을 일시불로 받는다. 회사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애플이 직접 할부금을 받으면 단말기 값을 회수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든다.

다른 하나는 보험이다. 애플은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에 ‘애플케어 플러스’라는 보험서비스를 결합했다. 1년 간 사용하면서 생기는 중고가격 하락 문제를 보험으로 상쇄한 것이다. 고객은 1년만 할부금을 내기 때문에 나머지 기기 값 50%는 중고폰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중고폰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제조사는 손해를 본다. 애플케어 플러스를 따로 가입하려면 129달러를 내야 한다.

애플인사이더에 따르면 애플이 이 제도를 도입한 후 약 3개월 동안 2억2200만달러(2600억원)의 매출이 발생했다. 대략 아이폰 25만대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 팔린 것으로 이 매체는 추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과 이통사가 이 방식과 유사한 프로그램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 이 방식은 자동차 리스 프로그램과 흡사하며, 미국 통신사에도 널리 보급된 것이어서 특별할 게 없다.

렌털폰 서비스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중고폰 잔존가치다. 아이폰은 상대적으로 중고폰 가격이 높다. 중저가 제품이 없기 때문이다. 고가 제품이 중고가 되면 자연스럽게 중저가 시장으로 흘러드는 구조다. 반면 안드로이드폰은 대부분 고가부터 중저가까지 다양한 제품을 공급한다. 고가 제품이 중고가 되면 자체 중저가 라인업 신제품과 경쟁해야 한다. 가격 하락폭이 클 수밖에 없다. 1년 뒤 반납하는 중고폰이 남은 할부금 50% 만큼의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이를 밑돌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 이통사 임원은 “렌털폰이 성공하려면 1년 사용 후 중고폰 가격이 성공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선 렌털폰 시행업체가 10만원가량 손해를 본다는 조사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점점 길어지는 미국 휴대폰 교체주기(LG경제연구원 2015)
<점점 길어지는 미국 휴대폰 교체주기(LG경제연구원 2015)>

이동통신업계가 렌털폰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평준화 되면서 신제품 수요가 줄었다. 그 결과 휴대폰 교체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2013년 22개월 내외이던 휴대폰 규체 주기는 올해 30개월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동통신시장이 포화되면서 단말보조금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가입자를 뺏어와봐야 ‘제로섬 게임’이 되기 때문이다. 버라이즌, T모바일 등이 단말보조금을 이미 폐지했다.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확보는 보급률 증가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LG경제연구원 2015)
<보조금을 통한 가입자 확보는 보급률 증가로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LG경제연구원 2015)>

렌털폰 서비스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등장했다. 신제품을 잘 사지도 않고, 사더라도 보조금이 없어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를 위해 휴대폰을 빌려주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미국에선 T모바일(JUMP!)·AT&T(넥스트)·버라이즌(엣지)·스프린트(스프린트 리스) 4대 이통사와 애플이 렌털폰 서비스를 전면 도입했다.

이통사 입장에선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도 고객을 머물게 하는 효과가 있다. 제조사도 이통사 보조금 감소와 교체주기 증가 현상에 대처할 수 있다. 보조금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프리미엄폰을 두루 사용해보고 싶은 소비자 역시 이 제도가 도움이 된다. 3자 모두 이익을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미국이 먼저 간 길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단말보조금과 번호이동이 줄고, 프리미엄폰 판매가 줄어드는 대신 중저가폰 선호현상이 뚜렷하다. 프리미엄폰이 팔리지 않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렌털폰 도입이 기대되는 이유다.

하지만 중고폰 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점, 여전히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는 점, 미국에선 대중적이지 않은 24개월 할부판매가 자연스럽다는 점 등은 렌털폰 성공에 부정적 요소로 지적된다.


렌털폰 도입 배경은 "휴대폰 교체주기 길어지고 이통시장 포화"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