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보다 신뢰` 40년 계측기 한우물 태신상사… 불량률 0% 도전

`돈을 ?지 말고 신뢰를 쌓아라.` 40년 넘게 전기 계측기 분야 한 우물만 파온 태신상사의 기업철학이다. 선대 회장 때부터 내려오는 경영원칙이기도 하다.

`돈보다 신뢰` 40년 계측기 한우물 태신상사… 불량률 0% 도전

태신상사(대표 김주한)는 지난 1973년 일본 계측기 전문기업 히오키(HIOKI)와 한국 총판계약을 맺었다. 보통 총판 형태 유통회사는 여러 제조사 제품을 판매하는 게 일반적인데 비해 태신상사는 히오키 계측기를 파는 데에만 집중했다. 두 회사가 오랜 기간 사업적 인연을 유지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히오키가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국내시장을 온전히 태신상사에 맡기지 않고 한국법인을 설립해 직접 판매에 나선 것이다. 과거 태신상사가 히오키 제품의 100%를 국내에 공급했다면, 지금은 60%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총판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뒤 해당 시장을 공략하는 일본기업의 전형적인 해외 진출 공식이다.

그런데도 태신상사는 흔들림이 없다. 오히려 매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변화를 미리 준비해온 덕분이다. 태신상사는 3년 전 경기도 성남에 기술연구소를 설립했다. 히오키 제품에 기반을 두고 자동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히오키는 대부분 범용화된 제품을 만든다. 이 때문에 고객 하나하나를 위한 맞춤형 기기를 제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빈틈을 태신상사가 메꿔주고 있다. 연구소는 계측기에 대한 고객 불편사항이 접수되면 개선점을 찾는 역할을 한다. 고객 회사에 적합한 제품을 설계하거나 소프트웨어(SW) 개발도 진행한다. 벌써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7월 국내 한 대기업은 태신상사로부터 수십억원대 자동화 설비를 가져갔다.

당시 설비는 히오키 인쇄회로기판(PCB) 검사장비에 자동화 시스템을 적용했다. 시중에 나온 PCB 감사장비는 기기 여덟 대당 보통 사람 네 명이 달라붙어 점검을 해야 하지만 태신상사는 이 시스템으로 한 사람이 모든 과정을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방식은 간단하다. PCB 한 장을 기기에 올려놓고 컴퓨터를 조작해 불량 여부를 가린 뒤 사람이 일일이 양품과 불량품을 분류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PCB 50여장을 한꺼번에 기기에 투입하기만 하면 로봇이 알아서 양품과 불량품을 지정한 장소에 가져다주는 구조다. 품질 점검을 할 때 시간과 비용 부담 때문에 전수검사를 망설여왔던 기업에 유용한 설비인 셈이다.

태신상사는 현재 서울 세 곳을 포함해 성남,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여수 등지에 아홉 개 지점을 두고 있다. 총판회사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그만큼 책임 경영을 하겠다는 의지다. 이들 지점은 AS를 담당한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검사장비를 저렴하게 빌려주기도 한다. 직접 영업점을 찾아오면 무료로 검사받는 것도 가능하다. AS 비용도 사실상 받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경기도 성남에 교정센터를 세웠다. 계측기와 같은 검사장비는 산업통상자원부 기술표준원 산하 한국인정기구(KOLAS)로부터 1~2년에 한 번씩 인증을 받아야 한다. 태신상사는 지난해 초 국제공인교정기관으로 지정됐다. 교정센터는 수익사업이 아닌 고객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마련됐다. 고객 불편을 덜기 위해 출장서비스를 지원한다는 게 특징이다.

회사 관계자는 “교정사업은 인건비를 제하면 적자가 예상되지만,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해 진행하고 있다”며 “계측장비 시장에 외산품이 너무 많다. 히오키 제품과 겹치지 않는 선에서 국산제품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계측기 시장 규모의 정확한 자료는 없다. 다만 국내에서는 6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태신상사 연매출은 전체 시장의 30%에 해당하는 200억원 수준이다. 삼성, LG, 현대, 한국전력 등을 고객사로 둘 만큼 경쟁력을 인정받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