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사 J&J, 서울 홍릉 바이오 허브 입주 유력 검토

존슨앤존슨 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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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제약사 존슨앤존슨(J&J)이 홍릉 바이오 허브 입주를 검토한다. 사업화 지원 시설을 우선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아시아 최초로 `제이(J)랩스` 유치도 추진한다. 국내 바이오 벤처 투자, 공동 해외진출 등이 클러스터 목적인만큼 세계적인 제약사 유치 의미가 크다.

29일 서울시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J&J 본사와 홍릉 바이오 허브 입주를 위한 협의를 한다. J&J 본사도 우리나라 바이오·제약 벤처 지원 시설 구축에 긍정적이며 입주 규모를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홍릉 바이오 허브는 국내 바이오 벤처 육성을 위해 글로벌 기업 유치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며 “현재 글로벌 기업 3곳과 유치 논의를 진행 중이며, 그중 J&J도 포함돼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결론이 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홍릉 바이오 허브 조감도(자료: 서울시)
서울시 홍릉 바이오 허브 조감도(자료: 서울시)

내년 개관을 앞둔 홍릉 바이오 허브는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를 목표로, 병원-기업-연구소를 모아 벤처 생태계를 구축하는 클러스터다. 주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려대병원, 경희대병원 등 연구기관·병원뿐 아니라 140여개 벤처 기업이 있다.

바이오 허브의 가장 큰 목표는 공동 연구와 사업화 지원이다. 초기 벤처를 위해 공동 연구개발(R&D) 장비를 설치한다. 기술을 보유했지만 투자, 특허권, 마케팅, 해외진출 등에 어려움을 겪는 벤처 지원도 담당한다.

서울시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사업화 지원을 위해서는 글로벌 기업 유치가 필수라고 판단, 하반기부터 복수 기업과 논의를 진행했다. 세계 최대 제약사인 J&J를 최우선 순위로 꼽고, 본사를 오가며 유치 활동에 집중했다.

J&J 본사는 큰 틀에서 한국 바이오 벤처 지원에 뜻을 함께 하고 투자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입주 형태와 규모에 대한 논의는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존슨앤존슨 J랩스(자료: 존슨앤존슨 홈페이지)
존슨앤존슨 J랩스(자료: 존슨앤존슨 홈페이지)

당초 서울시와 보건산업진흥원은 J&J 핵심 연구개발 시설인 `J 랩스` 유치를 희망했다. J 랩스은 R&D와 투자, 협력 모델 제시 등을 담당하는 `브레인` 시설이다. 미국에 5곳, 캐나다에 1곳 등 북미를 제외하고 세계 어디에도 없다.

서울시가 J 랩스 유치를 희망했지만 J&J는 당장은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시아는 물론 북미 지역을 제외하고 세계 최초로 설립되는 만큼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대신 홍릉 바이오 허브 내 투자와 공동 연구,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사무소를 설립하는 쪽으로 협의 중이다. 사업화 지원 시설을 유치하고 단계적으로 투자를 확대해 J랩스 입주까지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보건산업진흥원 관계자는 “J 랩스를 구축하기 보다는 J&J가 호주 등에서 진행하는 협력 모델을 홍릉 바이오 허브에도 적용하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투자,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시설 구축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J&J는 연매출 700억달러(약 85조원)를 자랑하는 세계 최대 제약 기업이다. 매년 평균 매출 12% 이상을 R&D에 투자해 이 부문에서도 세계 최고다. 매출 3분의 2가 제약, 의료기기, 진단 사업 등에서 거둔다. 샴푸, 로션 등 생활용품 사업도 매출 20% 가까이 차지한다.

J&J가 홍릉 바이오 허브에 입주하면 서울시 입장에서는 상징성을, 입주 바이오 기업은 투자, 해외진출 지원을 기대한다. 서울시는 미래성장 동력으로 바이오 의료 산업을 점찍고, 출발점으로 홍릉 바이오 허브를 구축한다. 이미 구축된 오송, 대구 첨단복합의료단지를 비롯해 지자체마다 계획 중인 바이오 클러스터와 차별화, 비교 우위가 필요했다. J&J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유치하면 흥행은 물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입주 기업 역시 접근이 어려웠던 글로벌 제약사와 한 공간에 있으면서 투자 유치, 해외진출 지원을 기대한다.

한국J&J 관계자는 “홍릉 바이오 허브 입주는 본사가 서울시와 직접 논의해 한국지사에서 공개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 “J&J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 기업 지원을 위한 설비 투자에 꾸준히 관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