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VR 성장세 꺾였다

중국 소녀가 VR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중국 소녀가 VR기기를 시연하고 있다.

지난 2~3년 동안 고속 성장해 온 중국의 가상현실(VR) 산업이 추락하고 있다.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혁신 제품이 부족한 데다 과열 경쟁으로 저가품이 속출, 시장의 정체기와 함께 업체수도 크게 줄었다.

차이나데일리는 VR업체 관계자 말을 인용해 “2015년만 해도 200~300곳에 이르던 중국 VR업체 90% 정도가 파산, 지금은 10여곳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2015년 VR업체를 창업한 팡웬신은 “이렇게 빨리 VR 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질 줄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중국 VR 산업은 2014년 페이스북이 20억달러를 주고 오큘러스를 인수한 이후 상승세를 탔다. 2014년 중국 VR 산업 규모는 2억700만위안(약 3890만달러)으로 늘었고, 2015년에도 탄탄한 성장세를 지속해 2014년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4억위안으로 폭증했다. 2016년 상반기에는 15억4000만위안을 기록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춤했다. 스톰매직미러, 마이아이도, 알파리얼 같은 VR 스타트업이 조직을 줄이거나 직원 월급을 제때 주지 못했다. 파산하는 곳도 잇달았다.

중국 VR 산업이 나락으로 떨어진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했다. 먼저 VR 스타트업이 증가한 반면에 값싼 카피 제품이 범람했다. 업체들이 돈을 벌지 못하다 보니 소비자 마음을 살 만한 하이엔드 혁신도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 VR 스타트업은 HTC, 페이스북, 소니 같은 거대 VR 하드웨어(HW) 업체에 맞서 HW보다 주로 콘텐츠 생산에 집중했다.

시장조사 기업 아이아이미디어는 “스마트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0% 정도가 VR 기기를 살 의향이 없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우리메이 아이아이미디어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하반기의 중국 VR 시장 침체는 혁신이 실종됐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중국 VR 산업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와 넷이지 같은 대기업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