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ICT 시대` 가치 구현, 지금이 마지막 기회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 원장

산업혁명기 `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시대 `기술`의 정의가 완전히 달라졌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단순히 생산 효율을 증진시키기 위해 추구하던 공학 기술 혁신은 이제 ICT와 융합하면서 서비스와 가치를 증폭시키는 복합 플랫폼으로 나타난다. 기술이 인문사회과학과 결합되면서 `기술 이상의 무엇`을 만들고 충족시키는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날 신기술 하나만으로 시장 석권이 가능하던 시절에는 `기술 투자-신기술 개발-생산 적용-수익 창출`의 순환 구도가 있었다. 오늘날에는 `신규 서비스 기획-관련 기술 융합-서비스 플랫폼 개발-콘텐츠 시장 공유-데이터 축적-부가가치 재활용`이라는 매우 복잡한 복합 순환 구조로 바꿨다. 이제 어마어마한 `킬러` 기술이 아닌 `일반` 기술로는 조금 앞섰다 해서 `시장을 완전히 삼킬 기회`를 잡기 어려운 시대다.이런 기술과 시장의 프레임 변화는 사람들이 그저 제품 성능만으로도 만족을 느끼던 데에서 벗어나 오감 충족 가치를 추구하도록 부추겼다. 결핍 시대를 지나 공급 과잉 지속이 인간의 차별화된 욕망을 자극하고, ICT 진화가 이런 트렌드를 상업화하면서 영화 `델마와 루이스`처럼 기술과 욕망의 무한 일탈이 시작된 것이다.

이 같은 변화를 견인하는 것은 바로 `새로운 가치 창조를 위해 융합과 연결, 협업과 공유를 하라`는 시대 정신이다. 이런 조류를 일찍이 간파한 국가나 기업 및 개개인들은 이종 불문, 경쟁 불문, 영역 불문, 국적 불문, 과거 불문의 새로운 인식과 치열한 모색으로 세상을 바꾼다. 경제, 산업, 사회의 혁신을 이끄는 다이너미즘(Dynamism)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다이너미즘이 왜 우리에게는 이다지도 어렵고 더디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선진국은 민간이 자발로 성장을 모색하고 국가는 필요한 제한 정책 지원을 한다.

이와 달리 우리는 국가 주도로 만든 틀 위에 민간이 피동으로 얹히는 구조다. 경제 재도약의 절박함이나 추동력을 진작시키기 어려워 보인다.

우리나라는 관 주도로 2차, 3차 산업혁명을 성공으로 일궈 낸 추억의 무게가 남다르다. 정부가 관성과 유혹을 아무리 참아 본다 하더라도 이제 막 태어난 스타트업이 스스로 이 같은 부담스러운 시선을 털고 자유롭고 기발하며 소신 있는 혁신을 추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에 발목 잡힌 사회는 미래로 향하지 못하고, 시너지를 내야 할 기관은 서로 견제하며, 기업은 독생을 고집한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문제에 대해 침묵하고, 구성원은 문제를 알고 있지만 외면한다. 이제는 `진짜 아무것도 되는 것이 없는` B급 국가의 결정 장애와 행동 지체의 복합 증상이 우리에게 나타나는 건 아닐까.

국민들은 `이제 제발 국민이 중심인 시대로 나아가 달라`며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CT 진보가 끌어낸 대한민국 국민들의 시대정신이자 구체제에 갇힌 우리 정치, 경제, 사회, 미래에 대한 깊은 우려다.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그러나 분명한 염원을 담아 새해 아침을 열고 있다. `정말 이제 구태를 넘어 미래로 함께 나가자`는 것이다.

진짜 마지막 기회다. 대한민국이 서로 융합하고 협업하며 공유와 개방 정신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기치를 드높여서 경쟁력 있는 나라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백기승 한국인터넷진흥원장 ksbaik@kisa.or.kr